증권거래세 폐지, 양도소득세 확대와 맞물려 있어 갈 길 멀다

입력 2019-02-20 04:01

금융투자업계에서 ‘증권거래세 폐지’를 강력하게 원하지만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식으로 번 돈은 일부 대주주만 세금을 내고 있어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과세 공백’이 발생한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소득세 확대와 함께 논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양도세 확대의 경우 과세 방식, 손익통산까지 따질 게 많다.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이다. 전문가들은 증권거래세를 양도세로 전환한 일본 사례에 주목한다. 일본은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10년에 걸쳐 증권거래세를 양도세로 돌렸다.

더불어민주당 자본시장활성화특위 관계자는 19일 “정부와 증권거래세 폐지를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양도세 등 전체적인 금융상품 과세 개편과 같이 가야 하기 때문에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장 거래세 폐지만 따로 떼어서 발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 입장도 비슷하다. 기획재정부는 증권거래세만 폐지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분위기다.

증권거래세는 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주식 매도 때 부과되는 세금이다. 양도세는 주식으로 얻은 이익이 있을 때 낸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을 감안하면 양도세가 맞는 방향으로 보인다. 정부는 1978년부터 소득 귀속자 파악 어려움, 자본시장 경쟁력을 고려해 증권거래세만 부과하고 있다. 40년이 지나서야 과세 정상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관건은 양도세다. 현재 양도세는 대주주에게만 부과되고 있다. 2021년까지 기준을 확대해도 부과대상은 ‘주식 보유액 3억원 이상’이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서 양도세 대상을 전면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상당수 투자자들이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과세 구멍’이 생긴다.

결국 증권거래세 폐지는 양도세 확대와 함께 갈 수밖에 없지만, 양도세 전면 도입은 쉽지 않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일본은 1989년부터 10년간 거래세를 점진적으로 폐지했다. 이 기간에 양도세 전면 과세를 연착륙시켰다. 일본은 양도세를 신고분리과세 방식으로 도입했다. 주식에서 얻은 이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를 할 경우 세 부담이 큰 누진세율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천분리과세도 허용했다. 2003년 이후에는 투자자들이 여러 계좌의 증권 거래이익을 일일이 신고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특정 계좌에 보관한 상장주식도 원천분리과세가 가능하도록 했다.

손익통산과 이월 공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투자자는 여러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A라는 종목에서 이익을 얻은 반면 B라는 종목에서 손실을 볼 수 있다. 일본은 증권거래세를 완전 폐지한 후 양도세 손익통산을 허용했다. 투자자가 가진 모든 주식의 이익과 손실을 더해 순이익에만 과세한 것이다. 올해 주식 이익에 대해 직전 3년간 손실도 세금을 부과할 때 공제해준다.

한국도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에 대해 손익통산을 허용하고 있다. 대신 국내주식-해외주식 간, 펀드 간 손익통산은 허용하지 않는다. 펀드 안에 들어있는 국내주식의 경우 양도세를 매기지 않고 있어 펀드 간 손익통산은 더 애매하다. 양도세 전면 과세로 방향을 잡을 경우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