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틈 없는 일터… 근로자 건강권 실종

입력 2019-02-17 17:22

전혀 다른 곳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간호사, 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 근로자들에게 공통점이 있다. 고된 노동, 제대로 된 휴식 미확보 등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렌차이즈 카페 근로자는 목과 다리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스타벅스를 퇴사한 A씨는 “계속 서서 일하는 것이 기본이다. 일하는 중간에 앉을 공간도, 의자도 없어 서서 근무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다”라며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지만 노동 강도가 너무 셌다”고 말했다. 현재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B씨는 “휴게공간도 일하는 곳과 명확한 구분이 없어 제대로 쉴 수 없었다”며 “식기세척기, 짐 등과 같이 있어 그냥 의자만 놓여 있을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환규 하트웰의원 원장은 “오래 서서 일할수록 하지정맥류·척추질환 등이 생길 확률이 높다”며 “카페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손님 응대로 인한 정서적인 스트레스도 심할 것이다. 감정 노동에 대한 해결책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교사, 간호사 등 전혀 다른 직업군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환자를 가장 가까이에서 돌보는 간호사들의 경우 “쉬는 시간은커녕 밥 먹을 시간도 없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인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병원 직원 절반 이상이 휴게 시간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신규직원 이직률은 38.1%에 달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간호사 1인당 맡는 환자 수가 19.5명이다. 이는 일본 7명, 미국 5.4명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3~5배 높다. 이러한 노동환경에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사람의 절반이 일하지 않고 있다. 평균 근속연수도 5.4년에 불과하다.

보육교사도 마찬가지다. 화장실에도 가려고 잠깐이라도 자리를 비웠을 때 아이들이 다칠까 봐 방광염을 달고 사는 보육교사도 부지기수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 9시간 36분, 휴식시간은 18분이었다. 이는 ‘2015년 전국보육실태조사’에서 밝힌 보육교사의 근무시간이었다. 때문에 정부가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에 나섰지만, 개선은 유명무실하다. 대체교사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위해 보조교사를 운영하는 것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현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는 보육교사 C씨는 “퇴근 후에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어도 아이들은 사고가 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바로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자리를 비우기 쉽지 않다”며 “특히 요즘은 아이에게 생채기라도 나면 학대한 것이 아니냐며 CCTV 보자는 부모들도 있어 아예 자리를 안비우려 한다”고 말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80조를 보면 ‘사업주는 지속적으로 서서 일하는 근로자가 작업 중 때때로 앉을 기회가 있으면 해당 근로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어 두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그쳐 대부분 근로자가 누리지 못하고 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독일 등 해외 선진국은 의자를 비치하는 것은 물론 그 높이를 계산대에 맞추도록 권장해 직원들이 앉아서 근로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근로자 입장에서 건강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실태조사부터 한 뒤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앉을 권리, 쉴 권리는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이러한 법적 규정이 마련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 근로자의 기본 건강권 보호는 먼 이야기인 듯하다.

노상우 쿠키뉴스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