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심려 크실 국민께 위로 말씀드린다” 대국민 사과했지만…

입력 2019-02-13 04:00
사진=권현구 기자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소 하루 만인 12일 입장문을 냈다. 국민들에게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 조직 개혁 등 제도 개선 법안 추진에 대한 의지를 밝혔지만 바닥에 떨어진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법원내부망에 ‘수사결과 발표에 즈음하여 국민과 법원 가족 여러분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김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등이 재판을 받게 된 상황에 대해 국민 여러분의 심려가 크실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사법부를 대표해 다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수사 결과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발표다. 그는 이어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를 확인한 뒤 추가적인 징계청구와 재판업무 배제 범위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적시된 의혹 연루 현직 판사들에 대한 추가징계와 재판업무 배제 조치 등을 요구하는 사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 글에서 여러 가지 각오를 밝혔다. 수사 마무리 이후 법원이 짊어지고 있는 책무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당장 양 전 대법원장의 재판이 시작되면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헤쳐나가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이제 재판을 통한 최종 사실확정과 법적 평가를 앞두고 있다”면서도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 독립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이 사법부 모든 판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대법원장으로서 모든 판사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할 것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검찰 수사가 전직 대법원장 시절의 과오를 털어내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의 변화는 지금 법원에 달렸다. 김 대법원장도 이와 관련, 법원행정처 개편안을 담은 법 개정안 통과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유사한 과오가 재발하지 않게 폐쇄적인 사법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법관 책임성을 강화하는 구조적 개혁을 이루는 데 매진해야 한다”면서 국회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행정처 개편방안은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치료하는 대증치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년 반복되는 ‘법관 부족’ 사태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방안 등의 고민도 시작해야 한다.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변호사는 “겉으로 외치는 ‘개혁’ 방안은 또 다른 쇼로 끝날 수 있다”면서 “판사 인사 문제 등도 중요하지만 사법부가 바닥에 떨어진 참에 재판을 받는 이의 입장에서 수사와 재판 관행 등을 바꿔나가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