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밑접촉 진전 있었나… 전례없는 평양 실무협상

입력 2019-02-06 19:07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 오전 방한 중 머물던 서울시내 한 호텔을 나서고 있다. 비건 대표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하기 위해 이날 오산 미군기지에서 비행기를 타고 평양으로 향했다. 뉴시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판문점이 아닌 평양에서 6일 개최한 것은 양쪽이 그동안 물밑 접촉을 통해 정상회담 의제와 합의 문구에 대략적인 의견 접근을 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전문가들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평양행을 두고 미국이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용기까지 띄워 평양에서 협상할 경우 판문점에서 협상할 때보다는 더 많은 성과를 가져와야 하는데, 미국이 실무협상 결과에 그만큼 자신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정상회담 의제의 경우 이미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졌고, 세부 조율만 남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체적 의제와 관련해 한 정부 소식통은 “비건 대표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다자회담에 중국이 참여하는 문제와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재개 시기 및 조건 등에 대한 미국 입장을 구체적으로 우리 정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장관이 아닌 차관보급인 비건 대표가 평양을 찾아간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북·미 대화가 재개된 이후 평양 방문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도맡아 왔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협상할 때는 판문점에서 만났다. 비건 대표의 방북이 지난달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회담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이라는 시각도 있다.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평양을 실무회담 장소로 정했을 수도 있다. 정상회담이 오는 27일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양측이 협상할 시간이 빠듯하다. 하지만 평양에서 협상할 경우 판문점에서 진행하는 것에 비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의견을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이 협상 상황을 모니터 등을 통해 직접 지켜볼 수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협상은 미국 실무협상팀과 북한의 정상회담 상무조 간 협상으로 협상 내용이 실시간으로 상부에 보고되고 피드백도 즉각 반영돼 협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또 “경우에 따라 김 부위원장이 김 위원장 의사를 확인해 언제든 직접 실무협상에 뛰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측 전용기에는 본국과 연락을 취할 통신수단이 갖춰져 있을 가능성이 높아 평양 현지에서 본국에 보고하기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