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이 떨어져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깡통전세가 올해 국내 가계부채 구조조정의 주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세입자들은 보증상품 가입 등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열린 가계부채관리 점검회의에서 올해 가계부채의 주요 리스크로 깡통전세에 따른 전세보증금 미반환 문제, 개인사업자대출 급증 등을 꼽았다. 전세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수요·공급 불일치로 전세가가 하락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증가율은 하향 안정화되고 있지만 조그만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27일 금융위에 따르면 은행권 전세대출 잔액은 2015년 말 41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9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이후 매매 수요가 전세로 돌아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아파트값은 11주째, 전세가는 13주째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잉에 경기 침체가 맞물려 올해 전세가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전세가 하락은 다주택자의 자금 압박을 부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세가가 3억원에서 2억원으로 떨어지면 집주인은 1억원의 자금을 더 마련해야 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전세가 하락이 다주택자의 자금 부담 증가, 주택 매도 물량 증가, 주택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향후 가계부채 부실의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시장과 집값의 안정화는 정부가 의도한 방향이다. 다만 세입자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직접 경매를 신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주택 거래가 위축됨에 따라 경매시장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경매시장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서울의 경우 지난해 9월 107%에서 지난해 말 94%로 떨어졌다. 경기 지역은 같은 기간 92%에서 84%로 내려갔다. 서 연구원은 “경기 지역의 전세가율이 80% 안팎인 걸 감안할 때 낙찰가율이 80% 초반으로 떨어지면 경매에서 전세보증금도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깡통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전세자금 반환보증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정 보증료를 내면 전세보증금을 떼이게 됐을 때 보증기관에서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서 관련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한편 개인사업자대출도 가계부채 부실의 위험 요소다. 개인사업자대출은 특히 상호금융, 저축은행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최 위원장은 “부동산·임대업 대출 편중이 심화되고 있다”며 “대출 쏠림이 과도한 업종은 필수 관리대상 업종으로 지정해 증가 속도가 완화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깡통전세, 올해 가계부채 최대 리스크
입력 2019-01-28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