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규제’가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유차는 미세먼지 대란의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정부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과 경유차 등의 운행 제한 같은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에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운행 제한은 수도권에서만 가능한 실정이다. 나머지 지방자치단체는 속수무책이다. 폐차 지원은 예산 부족으로 해마다 희망자들이 ‘지원금 받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15일 환경부 등 정부에 따르면 다음 달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전국 시·도지사는 초미세먼지 예측 농도가 환경부 기준치(50㎍/㎥)를 넘어서면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특별법에선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를 발령하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노후 경유차 등의 운행 제한을 시행토록 한다. 다만 국민 이동권과 연결된 사안이라 지자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시행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그런데 특별법 시행을 한 달 앞두고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서울시 1곳에 불과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서울시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운행 제한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없다. 그나마 인천시와 경기도는 다음 달 특별법 시행 전까지 조례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3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 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을 제한키로 했다. 서울에서만 묶으면 ‘이동 생활권’ 관점에서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지적에 따라 인천시, 경기도와 함께 ‘수도권 운행제한’ 조치를 발동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은 다음 달부터 운행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얼마든지 운행할 수 있어 ‘국지적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평소엔 전국 지자체가 지역별 상황에 맞게 운행 제한을 실시하더라도 전국 단위나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동시에 운행을 제한하는 종합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도 겉돈다. 경유차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래된 경유차를 없애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17년부터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34억원의 예산으로 11만6000대의 노후 경유차를 없앴다. 다만 대폭적인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2003년식 경유차를 폐차하고 싶었던 전모(42)씨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신청을 했지만 탈락했다. 예산 부족으로 승용차의 경우 2002년식까지만 지원금을 주기 때문이다. 올해 지원금 예산이 1206억원으로 증액됐지만 중대형 화물차의 폐차 보조금이 지난해 770만원에서 2000만원 정도로 껑충 뛰면서 일반 국민이 주로 보유한 노후 경유차 폐차 수요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세먼지를 근본적으로 없애는 사업이 아니라 공기청정기 보급 등의 임시방편식 예산도 많다”면서 “노후 경유차 폐차 수요가 많은 만큼 예산 규모를 키워 희망자는 100%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이성규 기자 feel@kmib.co.kr
허점 드러낸 경유차 규제…, 수도권만 운행 제한, 폐차지원도 예산 부족
입력 2019-01-1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