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현민(46·사진)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지난 7일 사표를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공연기획 전문가인 탁 행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해 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의 사표를 수리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14일 “탁 행정관이 사표를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탁 행정관은 지난 10일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을 마무리한 뒤 11일부터 휴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탁 행정관은 이미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해 6월 SNS에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4월 평양공연 이후였다.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는 글을 올렸고, 기자들에게도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가을에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며 사의를 반려했다.
이번에 낸 사표의 수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이 사표를 수리할지 판단한 뒤 보고를 거쳐 문 대통령이 탁 행정관의 유임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위원장의 답방에 대비해 탁 행정관을 다시 붙잡으면서 그를 현재 공석인 의전비서관으로 승진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평소 탁 행정관은 의전비서관 자리를 희망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야권과 여성단체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탁 행정관은 2017년 내정 때부터 저서 ‘남자 마음 설명서’ 등에서 왜곡된 성 인식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거센 사퇴 요구를 받았다.
사표가 수리된다면 의전비서관 공백은 더 길어질 전망이다. 딱히 시킬 사람이 없다는 게 청와대 내부 분위기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김정은 서울 답방 앞두고 탁현민 사표, 붙들까 놔줄까
입력 2019-01-14 19:21 수정 2019-01-14 2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