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숨고르기 양상… 내년엔 매출 8.1% 성장 전망

입력 2019-01-14 19:38

슈퍼호황을 구가하던 세계 반도체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꺾일 경우 한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이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따른 수요 등으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나온다.

14일 IT 전문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총 4890억 달러(약 549조원)로 지난해의 4770억 달러보다 2.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21.6%와 13.4%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하지만 시장 성장세는 유지되는 셈이다.

내년에는 반도체 시장이 회복돼 전체 매출이 5280만 달러로 올해보다 무려 8.1%나 증가할 전망이다. 이어 2021년 1.8%, 2022년 3.8%로 성장률이 다시 주춤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반도체 경기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연착륙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017∼2022년 연평균 성장률은 5.1%로 예상된다. 이전 5년인 2011~2016년의 2.6%보다 두 배 가까이 높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VLSI리서치는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는 1% 줄겠지만 내년에 다시 7%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링스 컨설팅은 2022년까지 시장 성장률이 6.9%에 달할 것으로 계산했다.

가트너의 밥 존슨 애널리스트는 “D램 시장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과점 구조이기 때문에 서버·스마트폰 생산업체들이 높은 가격을 제품에 지불할 것”이라며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다소 불안은 하겠지만 중장기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인공지능(AI)과 5세대(5G)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등에서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증권가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의 58조8900억원에 비해 다소 떨어진 40조~50조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0조원대 영업이익 고지에 오른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올해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기술 초격차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초호황은 끝났지만, 시장이 침체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중국의 굴기 등에 대비해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