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슈스케식 생중계 오디션’ 흥행 성공할까

입력 2018-12-31 04:03

자유한국당이 전국 253개 선거구를 책임지는 당협위원장 선발과 관련해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 방식의 공개 오디션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30일 “공직(公職)이 아닌 당협위원장 선발에 공개 오디션을 한다고 해서 흥행이 되겠느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한국당은 ‘밀실공천’ 관행을 없애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우며 정면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내년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일부 지역 당협위원장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공개 오디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이달 중순 전국 253개 선거구 가운데 31.2%에 해당하는 79개 지역구 당협위원장을 교체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인 79개 지역구 가운데 대구·경북(TK) 지역처럼 지원자가 많거나 서울 강남 등 상징성이 큰 지역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정치·경제·사회 현안에 대해 공개 토론을 벌이게 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당협위원장 선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토론은 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다. 토론 배틀에서 지원자들에 대한 평가는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위원들과 책임당원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50명이 동시에 한다. 지원자의 정책 전문성 등 자질에 대해 배심원단의 현장 즉석 투표가 40%, 조강특위 위원들의 심사 점수가 60% 반영된다.

다만 당 안팎에서는 흥행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는 게 사실이다. 당협위원장이 될 경우 2020년 총선 공천에도 상당히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별도의 월급이나 수당이 지원되지는 않는다. 다음 지도부가 당협위원장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지원자들의 수준이 기대 이하거나 참가가 저조할 경우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 계획 발표 후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당협위원장 공모를 받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원자가 1명만 나오기도 했다. 당 관계자는 “서류심사 등을 통해 지원자가 공개 오디션을 치를 만한 자질이 있는가 여부를 꼼꼼히 따져보고, 한 선거구 당 지원자를 2~3명 규모로 압축한 뒤 오디션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핵심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그동안 한국 정당의 해묵은 문제로 지적되는 ‘밀실공천’ 관행을 없애고 정당의 인재선발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첫 시도”라며 “이번 선발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이 선발된다면 앞으로 총선 등 공천에서도 이런 방식이 정착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공개 오디션이 흥행할 경우 탄핵 이후 침체된 당 분위기에 활력을 돋울 수 있다는 기대도 하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