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에서 은퇴한 김주성(39)이 25일 홈코트인 원주종합체육관의 3점 라인 밖에 섰다. 3점슛을 시도했는데 처음과 두 번째는 아예 림을 맞지 않은 에어볼이었다. 관중석에서 웃음과 함께 박수가 나왔다.
세월의 힘을 실감한 김주성은 넥타이를 벗어던지고 와이셔츠 상단 단추를 하나 푸르더니 다시 슛을 쐈다. 세 번째도 불발. 결국 네 번째에 3점 슈팅을 성공시킨 뒤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3점슛 세리머니를 마친 뒤 코트의 불이 꺼졌다. 그리고 관중석에서 수많은 야광봉이 흔들리며 가수 이승철의 ‘네버엔딩 스토리’가 흘러나왔다. 김주성의 눈 주위에 감동의 빛이 서려 있었다. 노래 그대로 김주성은 이날 은퇴식이 팬과의 헤어짐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순간임을 확신하는 듯했다.
한국농구가 낳은 최고의 빅맨 중 하나인 김주성이 마침내 코트를 떠난다. 김주성은 이날 열린 2018-2019 프로농구(KBL) DB와 전주 KCC와의 경기 뒤 은퇴식 및 영구결번(32번)식을 치렀다. 2002년 DB의 전신인 TG 시절부터 시작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올 시즌 DB 홈 최다관중인 4156명이 모여 영웅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DB는 연장 접전 끝 KCC에 84대 81로 이겼다.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주성은 “내게 원주는 제2의 고향이었고 원주 시민들은 나의 고향친구들이었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다시 뵙는 날 즐거운 얼굴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김주성이 16시즌 742경기에 나서 남긴 기록은 1만288득점 4425리바운드 1037블록이다. 득점과 리바운드는 서장훈에 이은 KBL 역대 2위, 블록은 1위다. 1만 득점과 1000블록을 동시에 달성한 것은 김주성이 유일하다.
2002년 KBL 드래프트 1번에 지명된 김주성은 프로 첫 해부터 엄청난 기록을 올렸다. 2002-2003시즌 54경기에 출장해 평균 17득점 8.9리바운드 2.1블록을 기록하며 단숨에 리그 최상급 인사이드 자원으로 발돋움했다. 205㎝의 키에 비해 마른 몸이었지만 빅맨들과의 골밑 다툼에서 결코 뒤지지 않았다. TG는 김주성의 활약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인 대구 동양을 시리즈 스코어 4대 2로 눌렀다. 신인상은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이후 김주성은 통산 시즌 MVP 2회, 챔피언결정전 MVP 2회,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 최우수 수비상 2회를 차지하는 등 화려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국가대표로서도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조국에 두 차례 금메달을 안겼다.
김주성은 현재 미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으며 제 2의 농구 인생을 준비 중이다.
원주=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전설이 된 ‘빅맨’… “지도자로 돌아와 또 전설 쓰겠다”
입력 2018-12-25 18: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