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25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낮은 자를 위해 온 예수를 기리며 난민, 노숙인, 빈곤층 등 사회의 약자를 위한 집회가 열렸다.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예배 준비위원회’는 오후 3시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탄절 연합예배를 올렸다. 예멘, 시리아, 이집트 등 자국 내전과 정치적, 종교적 핍박을 피해 온 난민들이 함께했다. 한국사회와 교계가 난민들을 두려움과 적대가 아닌 사랑과 환대로 대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당부가 이어졌다.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기자 출신의 이스마엘은 “예멘에서 기자였고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어 기쁘다”며 “사람들이 우리를 난민이라 부르는 게 어색하다. 예멘인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직접 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은 야스민씨는 “저는 난민이지만 생존만이 아니라 제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심정을 전했다. 이문식 목사는 설교에서 “최근 우리는 한국사회가 난민들을 얼마나 두려워하고 적대시하는지 실감하게 됐다. 적대의 고리를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끊을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난달 9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로 사망한 7명을 추모하는 예배도 열렸다. 나눔의집협의회는 오전 11시 국일고시원 앞에서 주거빈곤 약자를 위한 추모 성탄 예배를 진행했다. 이들은 “기쁘고 즐거운 날임에도 서로를 축하할 수 없다. 이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은 고시원, 서울역 인근 쪽방, PC방과 만화방, 찜질방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고(故)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미사를 열었다. 주최 측은 “구의역 김모군과 태안화력 김용균 두 사람이 모두 유품으로 컵라면을 남겼다. 하청노동자가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잠시도 못 쉬는 노예노동을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며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김용균씨가 더 이상 외로워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행사도 마련됐다. 각국에서 식량·교육·의료 등을 지원하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다일공동체는 동대문구 청량리 밥퍼나눔운동본부 앞마당에서 31번째 거리성탄예배를 열고 노숙인, 무연고 노인들에게 월동키트와 방한복을 제공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다문화 가족 500여명을 초청해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음악회를 열고 다문화가정에 기부금을 전달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했던 캄보디아 외국인 노동자 부부 세 쌍은 이날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한국이주노동재단과 국제안전보건재단은 오후 2시 광주문화 컨벤션 웨딩홀에서 외국인노동자 합동결혼식을 개최했다. 안전보건재단은 이번 결혼식을 위해 300만원을 후원했다.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성탄절 축제도 열렸다. 서울 중구 청계광장부터 장통교까지 왕복 1.2㎞ 구간에는 ‘서울 크리스마스 페스티벌’이 마련돼 다채로운 조명과 전등 설치로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냈다. 대형 케이크 모형으로 꾸며진 성탄절 나무와 72개 병정 인형 주변은 기념사진을 찍는 시민들로 붐볐다.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서울광장에서는 지난 22일부터 ‘2018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 시민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시민들은 성탄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수제품들을 구경하고 인근 푸드트럭에서 따뜻한 음식을 사먹으며 연말 분위기를 즐겼다.
신촌 전철역에서 연세대 앞까지 거리에는 눈을 연상시키는 성탄절 경관조명이 설치됐다. ‘2018 신촌 크리스마스 거리축제’에 참석한 20, 30대 청년들은 캐리커처 등 체험을 즐기거나 ‘산타 마켓’에서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을 구경하며 성탄절의 의미를 되새겼다.
마포구 문화비축기지 문화마당 운동장에는 높이 15m 대형 성탄절 나무가 시민을 반겼다. 시민들은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오후 3시부터 7시까지 이곳에서 열린 ‘모두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다. 쥐포나 마시멜로, 군고구마 등 챙겨온 간식을 화목난로에 구워 나눠먹었다. 부모와 함께 이곳을 찾은 아이들은 나무썰매나 붕붕카를 타는 등 체험행사에 참가했다.
최예슬 조효석 권중혁 기자 smarty@kmib.co.kr
김용균 분향소, 국일고시원, 밥퍼본부 앞마당… 낮은 곳의 성탄절
입력 2018-12-25 18: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