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3일 유치원 관련법을 놓고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격돌한다. 민주당은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일찌감치 링에 올라 있었는데 한국당이 지난달 30일 자체 안을 내놓으면서 매치가 성사됐다. 한국당이 사립유치원 역성만 든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겠다며 내건 요구를 여당이 수용, 교육위 회의는 전국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사립유치원법을 마뜩찮아 하는 일부 의원이 교육위 회의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성토하는 청문회장으로 만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연내 통과는커녕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먼저 사립유치원 재정을 이해해야 한다. 물웅덩이와 비교하면 쉽다. 이 물웅덩이는 3가지 물줄기에서 물이 공급된다. 먼저 누리과정비다. 국가가 원아 1인당 월 29만원씩 지원한다. 다음이 교재·교구 구입 등에 쓰는 학급운영비다. 국가·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으로 준다. 셋째는 학부모들이 내는 원비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이 물웅덩이에서 물을 퍼 원생에게 주고 자신도 마셔왔다.
원생에게 적게 줄수록 원장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유치원을 자영업으로 생각하는 원장들은 이를 정당한 이윤으로 취급했다. 물이 섞여 있으니까 국가가 아이들에게 먹이라고 흘려보내준 물인지 학부모에게서 나온 물인지 구분하기도 어렵다. 원장들이 성인용품을 사든 명품가방을 구입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다.
박용진 3법은 이 물웅덩이에 있는 물을 모두 원생을 위해 쓰도록 하고 국가관리 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통해 실시간 감시토록 했다. 그리고 누리과정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전환해 엉뚱하게 쓸 경우 횡령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국가든 지자체든 학부모든 돈의 출처와 관계없이 아이들 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돈이므로 교육 목적에만 쓰라는 얘기다. 원장들이 폐원을 운운하며 반발하는 이유다.
한국당 법안은 물웅덩이를 두 칸으로 구분하는 게 핵심이다. 누리과정비나 학급운영비처럼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돈은 국가회계시스템으로 감시하고, 학부모들이 내는 원비는 일반회계로 구분해 자율성을 주도록 했다. 학부모들이 내는 돈이므로 국가가 아닌 학부모 감시 아래 둔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아이를 맡겨놓은 학부모가 ‘을’, 원장이 ‘갑’인 현실에서 원비는 원장 쌈짓돈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이는 학부모부담금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라는 뜻으로 사립유치원들의 사유재산 주장을 일정부분 해소해주려는 취지로도 받아들여진다. 또한 누리과정비를 지원금 성격으로 유지토록 해 횡령죄로 처벌하기 어렵도록 했다. 앞으로 부정사용 시 별도 처벌 규정을 만든다지만 솜방망이 처분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처럼 박용진 3법과 한국당 법안은 여러 핵심 쟁점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3일 하루에 간극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3일 회의에서)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30% 미만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에 무산되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데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법안이 다시 논의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는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한국당 만난 유치원 3법… 연내 통과, 물 건너가나
입력 2018-12-02 1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