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인사의 키워드는 ‘혁신과 변화’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으로 상징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기존의 사고와 업무수행 방식으로는 기술 변화를 따라갈 수 없다며 한계를 느끼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글로벌 경제 둔화 전망도 기업들의 변화를 재촉하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조직에 동력을 불어넣는 데 인사의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LG그룹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외부 인재 영입이다. LG그룹은 그동안 외부 인재 영입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주로 내부 승진을 통해 인재를 키우는 문화였다. 하지만 구광모 회장 취임 첫 해인 올해는 다르다. LG그룹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LG화학은 사상 처음 외부에서 신학철 3M 수석부회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그동안 석유화학 중심이던 LG화학의 사업 영역이 소재, 배터리, 생명과학 등으로 넓어지면서 고도화한 글로벌 사업 운영체제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을 제외한 기존 5명의 부회장단 CEO는 모두 유임됐다. 대신 홍범식 베인&컴퍼니 코리아 대표를 ㈜LG 경영전략팀 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사장 이하 주요 임원들은 외부에서 중용했다. 재계 관계자는 28일 “인위적 인사는 없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외부에서 적극 영입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부에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이 23년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내가 물러나야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겠다고 생각했다”고 퇴임 이유를 밝혔다. 조직 혁신에 도움이 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이 회장의 용단은 신선한 충격과 함께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울림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 회장 중심으로 이뤄지던 경영 전반의 활동은 주요 계열사 사장이 참여하는 협의체 성격의 ‘원앤온리위원회’ 중심으로 이뤄진다. 위원회는 코오롱그룹의 장기 경영 방향, 대규모 투자, 계열사 간 협력 등 주요 경영 현안을 조율하게 된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 세대교체 인사를 통해 더욱 젊고 역동적인 CEO 라인을 구축해 왔다”며 “젊은 CEO들이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KT도 이날 그룹사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 사장 7명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재계에서는 다음 달 인사를 앞둔 현대자동차도 대규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데다 미래 청사진도 불투명한 상황이라 파격적인 조직 개편과 인적 쇄신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최정우 회장 취임 첫해인 포스코도 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인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많은 기업이 생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낄 정도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해결 방법이 된다면 파격적인 인사나 조직 개편도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법원 판결을 앞둔 삼성그룹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 실적이 견고한 편인 SK그룹 등은 올해 인사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I, 커넥티드카, 바이오 등은 사업이 가시화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부분에서는 조직 개편과 인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혁신 없이 미래 없다” 기업 인적쇄신 시동
입력 2018-11-29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