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8개월간 엔진 10기 100차례 연소 시험

입력 2018-11-28 18:32 수정 2018-11-28 22:56
한국 기술로 개발한 75t급 액체 로켓엔진을 장착한 누리호 시험발사체의 발사날인 28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옥호남 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이 발사 준비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은 2013년 1월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의 연장선에 있다. 나로호가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으로 개발됐다면, 누리호는 이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과 경험을 이용해 우리가 독자 개발 중인 발사체다.

누리호 개발은 나로호 발사 성공 이전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2021년 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0년 3월부터 독자 우주발사체 개발에 돌입했다. 나로호 1차 발사(2009년 8월 25일)와 2차 발사(2010년 6월 10일)의 중간 시기였다. 28일 시험발사체 발사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시작한 지 8년8개월 만의 성과다.

발사체는 1.5t급 인공위성을 600∼800㎞ 고도까지 운반해야 하는 만큼 엔진 기술 확보가 개발 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올해까지 예정된 사업 1·2단계에서 75t급 액체엔진 개발과 연소 시험에 매진했다. 나로호에는 이보다 작은 30t급 액체엔진이 쓰였다.

3개 단으로 구성되는 한국형 발사체에서 75t급 엔진은 1단에 4기, 2단에 1기가 들어간다. 3단에는 7t급 엔진 1기가 탑재된다. 항우연은 지금까지 75t급 엔진 10기를 100차례 연소 시험했다. 누적 시험 시간은 8326초(2시간18분46초)다. 앞으로 엔진 3기를 더 만들어 누적 시험 시간을 2만초까지 늘릴 예정이다. 7t급 엔진은 4기를 42차례 4275초 연소 시험한 상태다.

항우연 관계자들은 독자 기술 개발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2014년 10월 75t급 엔진의 구성품인 연소기에서 연소 불안정 현상이 발생했다. 연소 불안정 현상은 액체 연료가 급속히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일로 폭발이나 엔진 고장, 추진력 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 항우연은 1년4개월간 설계 변경과 시험을 통해 연소 불안정 현상을 바로 잡았다. 항우연 관계자는 “연소 불안정은 1930년대부터 발견됐지만 현재 기술로도 해석과 예측이 어려워 해결에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연료를 실을 추진제 탱크도 2015년 8월 용접 불량 문제가 발생해 11개월간 제작이 지연됐다. 우주발사체용 추진제 탱크는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두께가 2.5∼3.0㎜로 얇은 알루미늄을 사용해 제작이 쉽지 않다. 항우연은 제작 장비와 공정을 다시 점검해 용접 불량 문제를 해결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