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힘들게 할 수 있는 정책을 왜 당사자들에게 묻지도 않고 시행했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목소리에는 날이 서있었다. 현장실습 제도가 갑자기 바뀐 탓에 꿈을 잃은 자신과 친구의 이야기가 거침없이 쏟아졌다.
유 부총리는 27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특성화고 학생 6명과 만나 ‘현장실습 및 취업방안 마련을 위한 경청회’를 가졌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올 초 현장실습 제도가 급작스레 바뀐 뒤 겪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제주도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기존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을 ‘학습형 현장실습’으로 바꿨다. 이후 현장실습 참여업체가 급감했다. 졸속 제도 변경 탓에 애꿎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충북 지역 농업계열 특성화고 학생은 “고교 내내 조기 취업을 마음먹고 있었는데 정책이 갑자기 바뀌어 전혀 관련이 없는 대학 학과에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취업을 못하니 다들 대학에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학생은 “대입에서도 특성화고 전형 모집이 줄어 경쟁률이 너무 높다”면서 “특성화고 학생에겐 모든 문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보건계열 학생은 “지난해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인턴을 뽑았는데 이젠 그마저도 사라졌다. 공기업이라도 적극 나서줘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 공업계열 학생은 “책상 모서리에 찍혀 다친다고 책상 안 놓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라면서 “위험성이 있으면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 줘야지 통째로 없애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유 부총리는 의견을 들은 뒤 “국회의원 시절 법을 제정하면서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발표할 정부 종합대책에 오늘 들은 의견을 어떻게 반영할지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중 ‘고졸 취업 활성화 대책’(가칭)을, 내년 2월 현장실습 관련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특성화고 학생들, 유은혜 부총리 면전에서 “왜 묻지도 않고 정책 바꿉니까”
입력 2018-11-27 19:27 수정 2018-11-28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