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3주째 청 수보회의 패싱, ‘침묵의 군기잡기’(?)

입력 2018-11-26 18:03
사진=이병주 기자

최근 청와대 안팎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청와대가 로키(low-key·삼가고 절제하는) 모드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월요일마다 열던 수석보좌관회의를 3주째 걸렀다. 임종석(사진)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마음을 다잡자”고 당부했다. 해이해진 내부 기강 단속에 나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 19일에 이어 26일에도 수보회의를 열지 않았다. 27일부터 5박8일간 이어지는 주요 20개국(G20) 순방 준비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침묵의 군기잡기로 보는 시각이 있다. 경호처 직원의 시민 폭행, 의전비서관의 음주운전 같은 최근 청와대 내부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때까지 회의를 연기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이 업무에 적응해 주요 정책 보고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고 회의를 연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 청와대 참모진과 장관들의 보고가 속도와 체감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회의가 미뤄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 실장은 이날 오전 청와대 전 직원에게 자성을 촉구하는 경고성 이메일을 보냈다. 공직기강 해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심각한 상황 인식이 담겨 있다. 임 실장은 “사소한 잘못이 역사의 과오로 남을 수 있다”며 “더 엄격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우리는 지금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옷깃을 여미자”고 강조했다.

임 실장은 “최근의 일들로 청와대를 향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음을 모두 알 것”이라며 “청와대 구성원들을 독려해야 하는 나로서는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대통령께 면목이 없고 무엇보다 국민께 죄송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또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께 폐가 되고 대통령께 누가 될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무엇보다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익숙함이다. 익숙함, 관성과 단호하게 결별하라”고 촉구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