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비정유·신사업으로 국제유가 파고 넘는다

입력 2018-11-22 18:43

정유업계가 전통적인 석유사업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신사업으로 외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해 유가 급등락에 따른 충격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두 달 사이에 30% 하락했다. 10월 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던 유가는 이달 20일 53.43달러까지 떨어졌다.

브렌트유도 지난달 3일 86.29달러에서 20일 62.53달러로 27.5%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하락은 정유사의 재고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정유사는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 경유 등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국제원유 가격이 내려가면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정유사의 손실로 연결된다.

2014년 4분기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정유사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을 본 아픈 기억이 있다. 당시 두바이유 가격은 35% 이상 폭락했고 정유사들은 1조원 이상의 재고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원유 가격 하락 폭도 2014년과 비슷한 흐름이어서 정유사의 4분기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유사들이 신성장동력 확보로 위험을 줄여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유가 급락으로 2014년 37년 만의 적자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정유 사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사업으로 재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사업 구조 개편과 우호적인 시장 상황 덕분에 2016년, 2017년 연이어 사상 최대 이익을 경신하는 등 3조원 영업이익 시대를 열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충남 서산 배터리 2공장 준공을 비롯한 헝가리 및 중국 창저우 배터리 공장 신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수주도 성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4.7GWh 수준인 생산량을 2022년까지 55GWh로 확대할 계획이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다른 정유사들도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 불리는 올레핀 생산 설비 투자를 단행하는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사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원유를 수입해서 생산하는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은 업체마다 품질 차이가 없기 때문에 수요공급 상황에 따라 가격 변동이 심하다. 결국 국제유가 상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고부가가치 제품은 기술 장벽이 있고 고객사의 요구에 맞춰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시황과 관계없이 수익을 낼 수 있다. 올해 3분기 에쓰오일은 매출의 80%가 정유부문에서 발생했지만 영업이익의 46%는 비정유부문에서 나왔다. GS칼텍스는 영업이익의 29%가 비정유부문이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석유제품 사용을 줄이는 추세고 친환경 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어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