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21일 총파업에 돌입한데 대해 보수 야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2일 출범 예정이어서 이날 총파업은 정부와의 대화 거부를 뜻한다. 총파업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와 민주노총이 본격 대립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로에서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내걸고 수도권 총파업대회를 열었다.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흰 우비를 착용한 조합원 1만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16만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자체 집계한 반면 고용노동부는 9만명으로 추정했다.
김명환 위원장은 이마에 빨간 띠를 두르고 무대에 올라 “노조의 우산 아래 있지 못한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를 막기 위해 함께 투쟁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총파업으로 세상을 바꾸자”고 외쳤고, 조합원들은 함성을 쏟아냈다.
민주노총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에 대해서도 성토했다. 엄미경 부위원장은 개회 선언에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갈 때 마음이 다르다더니 이 정부가 딱 그 꼴”이라며 “분노의 함성을 들려주자”고 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대통령이 책임져라’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고 “투쟁하자” “쟁취하자”고 소리쳤다.
탄력근로제와 광주형 일자리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위원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절반의 임금으로 지역 갈등을 유발하고 또 다른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나쁜 일자리”라며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마저 어둡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탄력근로제 기간이 확대되면 노동자들은 과로사에 직면하게 된다”고도 했다.
민주노총 파업에 대해선 우군이었던 여당마저 등을 돌렸다. 노동계 출신인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현안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총파업을 선택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경사노위에서 탄력근로제 확대와 함께 노동자 휴식권 보장, 임금감소 보전 방안 등 모든 것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보수 야권은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고용세습 특권을 누리며 사회적 약자를 운운하는 모습에 국민들은 이미 귀를 닫았다”며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탄력근로제 확대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총파업으로 대국민 협박을 일삼는 민주노총은 이미 적폐세력”이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민주노총 소속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 노조의 고용세습 문건을 폭로했다. 하 의원은 “해당 노조 조합원의 자녀와 친인척 40여명이 2011∼2013년과 올해 초 채용된 사실이 확인됐다”며 “노조는 지난 6월에도 사측에 조합원 자녀 및 지인 20명의 추가 채용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사측에 보낸 공문에는 자녀 등의 입사를 희망하는 조합원 명단이 적시됐다. 하 의원은 “민주노총은 파업이 아니라 국민 앞에 무릎 꿇고 백배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것이지 민주노총의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재연 이형민 기자 jaylee@kmib.co.kr
고용세습 입닫고 대화 거부 끝내 길거리로 나간 민노총
입력 2018-11-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