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민정이 힘을 모아 새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하려는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임금과 근로조건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만 반복하면서 백지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노동계와 1대 주주인 광주시, 그리고 2대 주주인 현대자동차가 서로 대승적으로 양보해야만 광주형 일자리가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따라 오는 21일 부분파업에 돌입한다고 20일 밝혔다. 현대차 광주공장 유치를 막기 위해서다.
현대차 노조는 독일의 ‘아우토5000’을 벤치마킹한 광주형 일자리는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우토5000은 1990년대 말 독일 경제가 어려워지자 2002년 폭스바겐이 독립 자회사를 만들어 본사보다 20% 낮은 임금인 월 5000마르크(약 350만원)와 주35시간 근로를 조건으로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한 일자리 창출 및 상생 프로젝트다. 현대차 노조는 “숙련 노동자가 없어 교육을 위한 추가 비용이 발행하고 미숙한 작업에 따른 불량률 증가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대차 노조의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상생보다도 광주형 일자리가 도입될 경우 자동차 업계 전체의 임금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반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로서도 진퇴양난이다. 현대차는 당초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에 투자하면서 사회와 상생을 실현하겠다는 뜻으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지역 노동계 및 광주시와 수차례 협상을 거친 지금은 처음의 투자제안서와 조건이 많이 달라졌다. 현대차는 지난 5월 ‘주44시간 평균임금 3500만원’ 제안이 왔을 때 1000㏄ 이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위탁한다면 수익성이 있다고 봤다. 경형 SUV는 마진이 적어 생산비용을 낮추는 게 중요하다. 게다가 현대차는 현재 경형 SUV를 생산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기존 공장에서 물량을 빼오지 않아도 돼 자사 노조를 설득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광주시와 지역 노동계가 주40시간 근로에 연봉 3500만원, 단체협약 5년 유예조건 폐기 등을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투자의 타당성으로 봤을 때는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하는 광주시는 ‘시대적 사명’을 내세워 합의를 재촉하고 있다. 협상이 타결돼야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광주시는 당초 지난 15일까지 현대차와 협상을 끝내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합의문을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데드라인’은 이미 넘긴 상태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이번 주 내로 협상을 마무리짓겠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극적인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타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 시한은 국회 예산심의 법정시한인 12월 2일로 또다시 늦춰질 전망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노사 상생 모델 ‘광주형 일자리’ 백지화 가능성 대두
입력 2018-11-21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