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30년 만에 다시 심판대에

입력 2018-11-20 18:20
1980년대 한국의 부산에서 형제복지원 원생들이 줄맞춰 서있는 모습을 찍은 자료 사진. 한국의 장애인차별반대 단체가 AP통신에 제공한 사진. AP뉴시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일 대법원에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해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전후 최악의 인권유린 사례로 꼽혀온 형제복지원 사건이 발생 30년 만에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비상상고는 형사 판결이 확정된 이후라도 사건 심리가 법령에 위반됐다는 점이 발견됐을 때 검찰총장이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줄 것을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이를 신청하는 권한은 검찰총장에게만 있다.

형제복지원은 1975∼87년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훈령에 따라 부산에서 운영된 부랑아 수용시설이다. 불법 감금, 강제노역과 구타, 학대, 성폭행 등이 자행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공식 확인된 사망자만 513명에 달했다. 검찰은 87년 박인근 형제복지원장을 특수감금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정부 훈령에 따른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특수감금은 무죄, 횡령만 유죄로 판단했다. 당시 징역 2년6월형만 살고 출소한 박 원장은 2년 전 사망했다.

문 총장은 당시 박 원장의 특수감금죄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의 판결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이 부랑자 등을 강제수용한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이 법률의 위임을 받지 않은 훈령이고, 부랑인의 개념이 지극히 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는 점 등이 근거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도 같은 이유로 검찰총장에게 비상상고 신청을 권고했다.

비상상고 신청에 따라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하게 된다. 대법원이 비상상고의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무죄를 선고한 원래 판결을 파기할 수 있다. 다만 비상상고 신청이 받아들여지더라도 법리적 위법성을 바로잡을 뿐, 이미 피고인에게 내려진 무죄 확정 판결의 효력이 바뀌지는 않는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