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를 출입하면서 가장 많이 접한 단어는 연합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한국교회연합(한교연)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등 정말 많은 연합체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또 어찌나 비슷한지요.
일단 한기총을 탈퇴한 교단들이 중심이 돼 만들어진 것이 한교연입니다. 한기총과 한교연으로 분열된 기존 보수 성향 교단을 통합하기 위해 만든 연합기구가 한교총이고요. 한교총은 한교연과 서로 통합하기로 하고 통합 기구 명칭을 정했는데요. 그 이름이 바로 한기연입니다. 그런데 이 통합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죠. 통합 후 사용하려 했던 한기연 이름은 한교연이 가져가 버렸습니다.
연합을 얘기하지만 가만 보면 정말 원하는 게 연합인가 의구심이 듭니다. 지난 16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한복협) 주최 11월 월례 기도회 및 발표회 자리가 그랬습니다. 오랜만에 한기총 한교총 한기연 대표들이 모였는데요. 이날 주제가 한국교회 연합과 일치 무엇이 ‘문제’인가여서였을까요. 책임전가식 대화들이 오갔습니다. 연합에 대한 입장 차이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엄기호 한기총 대표회장은 “한기총의 문은 열려 있다. 한기총으로 돌아오라”며 한기총 중심의 연합을 주장했습니다. 엄 대표회장은 “한기연은 한기총 내 이단 문제만 해결되면 돌아온다고 하고는 여러 차례 사인만 해 왔을 뿐 오히려 한교총과 연합하려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기연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지난해 한기총과 4대 통합 원칙에 합의했지만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의 직무가 법원에 의해 정지되면서 통합 작업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책임을 돌렸습니다.
한교총 공동회장 전계헌 목사는 한기연의 이름을 거론했습니다. 전 목사는 “한교총은 그동안 교단장협의회를 통해 현직 교단장을 중심으로 지난달 28일 한기연과 통합을 합의했다. 그러나 이튿날 한기연에서 20가지를 새로 제안해 통합이 난망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 모습이 불편한 건 저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가나안 성도가 200만명에 육박하고 교계 전체가 사회적으로 신뢰성을 상실해가고 있는데 교계 연합기구마저 난립하고 있다”며 “연합의 대의보다는 작은 이익들을 취하려는 모습들밖에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한국교회 연합을 위해서는 먼저 성도들 입장에서 연합기구의 존재 이유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NCCK를 배제하고 논의하는 게 연합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한국교회 골든타임이 앞으로 5년, 길어야 10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날 사회를 맡은 한복협 교회갱신위원장 지형은 목사는 각 연합체 대표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연합과 일치를 도출하고 각자 위치에서 하나님의 일을 잘 감당하기 바란다”며 “오늘의 자리가 그 계기요, (연합에 대한) 요구요, 환기를 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습니다.
글·사진=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미션 톡!] 한국교회 골든타임 길어야 10년, 연합 책임 전가만 해서야…
입력 2018-11-2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