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안락사가 보편적 인권?… 유엔인권위 초안 논란

입력 2018-11-20 00:01
사진=AP뉴시스

유엔인권위원회가 낙태와 의사에 의한 안락사 합법화를 전 세계 보편적 인권 의제로 삼으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정치뉴스 전문매체인 더데일리시그널은 최근 유엔인권위가 어떤 곳에서도 낙태를 범죄로 취급하지 않도록 요구하는 초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초안 작성 책임자로 지난 8월 유엔 인권최고대표로 지명된 미첼 바첼레트(사진) 전 칠레 대통령이 지목됐다.

바첼레트 전 대통령은 칠레의 독재에 맞서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운 인물이다. 2002년 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오른 뒤 2006년 칠레 첫 여성 대통령에 당선됐고 이후 2014년 대통령에 재선돼 지난 3월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초안에는 젊은이들이 피임에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하고 낙태 이후 건강관리가 보장돼야 하며 낙태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 보도 및 논쟁이 자제돼야 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유엔인권위는 그동안 낙태가 절실히 필요한 여성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11월에는 시옵헌 웰런이라는 아일랜드 여성에게 3만4000달러를 지급하고 낙태가 불법인 아일랜드를 떠나 영국에서 낙태수술을 받도록 도왔다.

초안에는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불치병이나 신체·정신적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위엄 있게 생을 마감하도록 의료기관이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유엔의 바람대로 미국에서는 안락사 허용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가정의학회는 지난 10월 이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더 이상 의사가 보조하는 자살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 밖에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오리건 버몬트 하와이 몬태나 워싱턴 주 등이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반발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하버드 법대의 매리 앤 글렌던 교수는 “유엔인권위는 인권을 새로 만들어낼 권한이 없다”면서 “낙태가 인간의 기본 권리라는 건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비영리 기독교단체인 TVNEXT는 “우리가 낙태에 반대하는 이유는 여성의 선택권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무고한 태아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데 있다”면서 “일부에서 낙태문제를 ‘여성의 권리 침해’로 몰아가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