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열린 ‘한국교회 신사참배 80년 회개 및 3·1운동 100주년을 위한 일천만 기도대성회’는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로 거듭나는 집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건은 향후 한국교회의 방향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이번 성회를 주관한 한국교회일천만기도대성회운동본부 관계자 4명으로부터 성회 개최의 배경과 의미, 나아갈 방향을 들어봤다.
<좌담 참석자>
한국교회일천만기도대성회운동본부 기획단장 정성진 목사(미래목회포럼 이사장), 대회장 윤보환 감독(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직전 대표회장), 진행총괄 신광수 목사(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 사무총장 정여균 목사(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 운영회장)
-이번 성회의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획단장 정성진 목사=많은 이들이 신사참배가 단순히 일제의 총칼에 머리를 숙인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교회는 1938년 일본까지 가서 신사에 참배했으며 신사참배를 반대하는 무리를 처벌해야한다는 총회장 명의의 공문을 발표했습니다. 심지어 목사들이 서울 한강과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일본 중(僧)들이 행하던 ‘미소기하라이’라는 침례를 받았습니다. 침례를 받을 때 ‘천조대신보다 더 높은 신은 없다’라고 신앙고백을 했으며, ‘천조 대신이 높으냐 여호와 하나님이 높으냐’는 질문에 천조 대신이 높다고 서명한 문서를 관청에 제출했습니다. 이때부터 교회에서 예배할 때 ‘가미다나’라는 일본 신들을 모시는 우상단지를 교회 안 동편에 두고 그것을 향해 예배했습니다. 그리고 주일 예배 중에 12시 정오 사이렌이 울리면 예배를 드리다가도 일어나서 일본 천황이 사는 동쪽을 향해 절을 했습니다.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신사참배는 우상숭배의 죄라고 줄곧 말씀하시던데요.
△대회장 윤보환 감독=그렇습니다. 한국교회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라는 우상숭배의 죄를 하나님 앞에 저질렀습니다. 신사참배는 선대의 죄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회개해야합니다. 성경에 우상숭배를 하면 3∼4대까지 저주가 있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이에 한국교회가 내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80년 전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기 위해 나선 것입니다. 이번 성회의 슬로건도 ‘오라! 여호와께로 돌아가자!’(호 6:1, 출 20:4∼6)였습니다.
-그동안 회개했는데, 또 회개해야하는가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윤 감독=일부 교단과 노회 등이 신사참배를 회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성회를 열려고 하니 반발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사참배에 대해 산발적인 회개만 있었을 뿐 전 교회가 함께 진심으로 회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신사참배의 심각성을 교육하거나 알린 적이 없이 피상적으로 회개했던 것입니다. 그러므로 죄악이 끊어지지 않았고 죄얼(재앙)이 후손들에게 계속 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불행한 일이지요.
하나님이 제일 싫어하시는 것이 우상숭배입니다. 나 외에는 다른 신을 두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만약 우상을 숭배하면 죄 값을 3∼4대에 이르도록 하겠다고 하셨습니다.(출 20:4∼6)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에게 죄 값을 통해 사랑이 회복되기를 원하십니다.
-성회 설교 때 과거의 죄를 명확히 알고 회개해야한다고 강조하시더군요.
△정성진 목사=제가 설교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잘못이 반복되는 이유는 과거의 죄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숨기면서 진정한 회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지도자가 바뀔 때마다 나치의 만행을 사죄함으로써 과거 나치와의 연관관계를 끊었습니다. 한국교회도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회개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합니다.
-성회에는 누가, 어떤 단체가 주로 참석했나요.
△진행총괄 신광수 목사=이번 성회는 대표적인 부흥사연합단체인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가 처음 발의했습니다. 이후 교계 주요 연합단체들이 ‘한국교회 일천만 기도운동본부’라는 기구를 구성했고요. 운동본부 안에는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 등이 참여했습니다. 다툼과 반목, 분열로 얼룩졌던 교계 단체들이 한마음으로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습니다. 정치적인 이벤트가 아닌 순수 기도집회였습니다. 일반시민들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끝난 뒤 쓰레기가 거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지요.
-이번 성회 헌금을 선한 일에 쓰셨습니다.
△사무총장 정여균 목사=네. 성회준비를 하면서 일제 때 고난당한 분들을 위로하는 데 헌금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주최 측 추산 약 3만명이 모였는데, 마침 헌금 드리는 시간에 비가 내렸어요. 모두 1026만3000원의 헌금이 나왔더군요. 그래서 목사님들이 조금 더 보태 500만원씩 세곳에 총 1500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운동본부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터 앞에서 제136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 참석해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일본정부를 향해 일본군 성노예제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또 지난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보금자리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직접 방문해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순교 당한 교인 발굴에 힘쓰고 있는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에도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에피소드나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신 목사=고 강종근 양용근 주기철 목사의 후손들에게 순교자 추서패를 전달했습니다. 하나님이 기뻐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은 모 이단단체가 성회 주변에 집회신고를 미리 한 것입니다. 성회를 방해하려는 계략이 있었던거지요. 하지만 특별한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습니다. 감사할 일입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던가요. ‘제가 태산에 티끌이 되겠습니다’라고 고백하면서 개인적으로 참석한 사람도 줄을 이었습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사역은 무엇입니까.
△정성진 목사=한국교회가 하나되는 연합 사업에 힘썼으면 합니다. 지난 세월 잘못된 흔적들을 많이 발견합니다. 이제 분열해선 안됩니다. 품고 폭넓게 이해해야 합니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적을 만드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윤 감독=신사참배 우상숭배 회개는 과거를 지적해 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회개하자는 것입니다. 6·25를 상기하자는 정신과 같습니다. 한국교회는 이번 회개로 첫째 선교한국, 둘째 민족복음화, 셋째 복음통일의 한국이 될 것입니다. 할렐루야.
△신 목사=내년이 3·1운동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3·1운동을 통해 민족이 하나됐던 것처럼 이번 기도대성회를 통해 한국교회가 진심으로 하나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여균 목사=앞으로 어떤 우상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한 한국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번 성회가 한국교회의 성장, 연합과 일치, 민족복음화와 세계복음화 물결로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전 교회가 선대의 신사참배 회개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입력 2018-11-2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