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을 당황하게 만든 문제들, 만유인력, 출생기, 한국사에 남북관계 문제도 출제…

입력 2018-11-15 18:31 수정 2018-11-15 21:56

15일 치러진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국어영역 문제지에 오·탈자가 있어 정오표가 함께 배부됐다. 출제위원장을 맡은 이강래 전남대 사학과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문제지 배부 시작 이틀 전인 10일 새벽에 오기가 발견돼 재인쇄할 시간이 없었다”며 “수험생과 시험관리 감독관에게 불편을 끼쳐 송구하다”고 말했다.

오·탈자는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에서 발생했다. 두 번째 줄 ‘봄을 바라보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중 ‘바라보고’는 ‘바라고’의 오기다. 해당 문구를 인용한 35번 문항 보기 2번에도 같은 오기가 그대로 쓰였다. 수험생에게는 문제지와 함께 A4 용지 한 장짜리의 정오표가 배부됐다. 정오표 배부는 2010학년도 사회탐구영역 사회문화 과목에서 원주민 명칭이 잘못 표기된 이후 처음이다.

경기도 수원 매탄고 21시험실에서는 감독관의 착오로 짝수형 시험지를 받은 13명이 정오표를 배부받지 못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정답을 고르는 데 영향을 미칠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평가원이 이미 발표했다”며 “관계자에 대해서는 마땅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능에서는 시의성 있는 문항들이 눈에 띄었다. 영어영역에서는 페미니즘을 언급한 지문이 출제됐다. 32번 문항은 세르주 모스코비치의 ‘다수를 바꾸는 소수의 심리학’을 소개하며 여성 참정권 운동을 예시로 들었다. 소수가 꾸준히 의견을 드러낸 덕에 페미니즘 등의 사회운동이 주류가 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남북관계에 대한 문제도 출제됐다. 한국사영역 20번 문항(사진)은 노태우 정부 시기 통일·외교 정책을 숙지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남북한 동시 유엔 가입,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발표,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 등이 언급됐다.

국어영역에서는 뉴턴의 만유인력과 껍질 정리를 적용해 푸는 문제가 출제돼 수험생들을 당황시켰다. 입시업체들은 31번 문항의 경우 소화할 정보량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데다 내용도 어려워 이번 수능의 ‘킬러 문항’이었다고 평가했다. 다만 두 입자 간 중력의 크기는 입자들의 질량을 곱한 값에 비례한다는 기본적인 법칙만 이해하면 틀린 보기를 고를 수 있어 실제 난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소 생소한 지문들도 등장했다. 국어영역에 출제된 유치환의 시 ‘출생기(出生記)’는 EBS 교재에 없어 수험생들이 이번에 처음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출생기’는 유치환이 태어난 해인 1908년(순종 2년) 당시 대한제국의 어두운 분위기를 묘사한 작품이다. 오·탈자가 있었던 김춘수의 시와 묶여서 출제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상담교사단의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새로운 시가 나오면 수험생들은 부담을 느낀다”며 “특히 정오표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순간 당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