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아세안에 김정은 초청… 文-푸틴, 北 제재완화 공감

입력 2018-11-14 19:09 수정 2018-11-14 21:33
아세안 관련 회의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이번이 네 번째이며, 지난 6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싱가포르=이병주 기자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방문이 성사된다면 아세안 국가들과 북한 간 통상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 대북 제재 완화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아시안 10개국 정상들은 14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선텍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0차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내년 한국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키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제안했고 문 대통령이 즉석에서 수락했다. 문 대통령은 “주목되는 제안이다. 한반도 정세가 평화를 향해 더 나아가는 가운데 김 위원장 초청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아세안 국가들과 사전에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한다면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상징하는 장면이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우리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동아시아 공동체의 완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미·중 갈등으로 격화된 차이나 리스크를 피해 ‘아세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내년 말 개최될 예정이다. 정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북·미 협상 상황을 지켜보며 특별정상회의 개최 전까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샹그릴라호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결과 등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정부 노력에 지지를 표하고,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에 적극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양 정상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조처에 진전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북한이 좀 더 과감하게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이 대북 제재 완화의 조건과 상황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조만간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한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15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면담하고 북·미 고위급 회담 등 북·미 협상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한·미 공조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어 1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을 위해 파푸아뉴기니로 이동한 뒤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 정상은 11개월 만의 정상회담에서 현 한반도 정세를 공유하고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싱가포르=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