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영성] 하나님은 우리가 상자 안에 갇히는 걸 원치 않으셔

입력 2018-11-16 00:00

어렸을 적 성경적으로 예민한 주제가 나오면 일부러 생각을 멈췄다. “애매하면 보수적으로 생각해”라던 어떤 목사의 말씀도 영향을 끼쳤다. 혹여나 생각이 이상하게 흘러 기존의 믿음이 흔들릴까 하는 걱정에 나를 위한 영적 영역을 분명히 표시해 놓고 그 안에 안주했다. 대부분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에 대해 생각하고 믿어 온 익숙한 방식들이 위협받는 난감한 순간을 뜻밖에 경험한다. 저자 피터 엔즈는 이때마다 우리는 정신적 요새를 지어 스스로 안전한 종교적 공간에 있으려 한다고 말한다.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우리 머릿속 ‘확신’에 가둬 동일시한다는 말이다. 그는 이 확신이 결국 우리의 질문과 의구심을 가로막고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저자가 확신에 죄라는 딱지를 붙인 이유다.

우리가 확신에 목매는 것은 그것이 두려움에 근거하고 하나님을 우리 마음 속 형상으로 한정시키기 때문이다. 이 순간 우리는 하나님보다 자신의 생각을 신뢰하게 된다. 과연 이것이 믿음일까. 저자는 믿음의 길을 걷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우리 생각대로 하나님을 만들어 냈는지 여러 난처한 순간들을 통해 드러내야 한다”며 “하나님은 우리가 상자 안에 갇혀 있기를 원치 않으신다”고 했다. 이런 순간들이야말로 그분을 신뢰하라는 하나님의 초대라고 말한다.

물론 믿음의 여정은 직선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하나님께 열려 있는 믿음은 우리의 확신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마음가짐은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한 삶의 본성을 하나님께 향하는 움직임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저자가 말하는 신뢰 중심의 신앙은 골치 아픈 질문들에 대한 최종 해답을 속단하기보다 충분히 오랫동안 그 질문들을 곱씹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다준다. 저자는 “이런 신앙은 힘들고 괴로운 경험의 맨 마지막에 겨우 모습을 드러내는 게 다반사”라며 “그러나 우리가 좀 더 위험을 무릅쓴다면 하나님에 대한 신뢰가 신앙의 시작과 끝이며, 유일하게 진실하고 변함없는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고 끝을 맺는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