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부에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법관을 탄핵해줄 것을 국회에 공식 요구하자는 결의 성명이 나왔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전원이 참여한 이 결의안은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탄핵 촉구’ 의제를 공식 논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에서 법관 탄핵 요구가 나오긴 했지만 법관 스스로 ‘법관 탄핵’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차경환(47·사법연수원 27기) 지원장과 박찬석(45·31기) 이인경(35· 39기) 이영제(34·40기) 권형관(35·40기) 박노을(34·42기) 판사 등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작성, 12일 이메일을 통해 대구지법 법관대표 3명에게 전달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재판 독립 침해 행위자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 개시 촉구가 필요하다”면서 “형사법상 유무죄 성립 여부를 떠나 위헌적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들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상 범죄행위에 포섭되지 않는 재판독립 침해 행위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른 검찰의 수사 결과나 최종 법원의 유무죄 판단과 별개로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만으로도 법관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다. 현재 대법원은 검찰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법관 13명에 대한 징계를 보류하고 있다.
일선 판사들은 결의문의 향후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한번쯤은 누군가가 목소리를 내주길 바랐다”면서 “법관 탄핵은 민감한 사안이어서 법관들이 섣불리 주장하기 어려웠겠지만 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되면 동조하는 법관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들이 요청한 안건이 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안건 발의 기한인 12일 14시를 넘겼기 때문이다. 다만 내규에 따라 회의 당일 법관대표 10명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발의할 수 있다. 대구지법 대표법관 3명은 이날 탄핵 촉구 의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한 대표법관은 “사실관계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탄핵 촉구를 주장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판사는 “법률 위반 여부가 결론나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소추안 발의 등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문동성 기자 hyun@kmib.co.kr
법원 내부에서 “사법농단 연루 판사 탄핵” 첫 제기
입력 2018-11-13 1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