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계 ‘큰손’ 애크먼 회장, 스타벅스에 9억 달러 베팅한 이유는

입력 2018-11-07 04:00

헤지펀드계 ‘큰손’이자 ‘행동주의 투자자’로 불리는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지난달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설명회를 열고 9억 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스타벅스 지분을 갖고 있다고 공개했다. 이 금액은 애크먼 회장의 포트폴리오에서 물음표로 남아 있던 부분이었다. 발표 직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스타벅스 주가는 5%나 급등하며 58달러를 돌파했다.

스타벅스가 커피 브랜드의 난립 속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를 감안하면 애크먼 회장의 투자는 다소 의아했다. 스타벅스는 신규 점포 규모의 전망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최고경영자(CEO)였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지난 6월 퇴임했다. 슐츠 회장은 2000년대 중반 맥도날드 등과의 경쟁으로 주가가 75% 급락한 스타벅스를 되살렸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애크먼 회장은 스타벅스의 고전을 ‘성장통’으로 판단했다. 4분기(7∼9월, 스타벅스는 9월 결산법인) 실적이 최근 공개되자 스타벅스 주가는 65달러 수준으로 더 뛰었다. 투자자들을 뒤늦게 자극한 소식은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이었다. 스타벅스는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수익률이 1%라고 밝혔다. 애초 시장 예상치는 0.1%였다.

‘1%’는 언뜻 보기에 미미한 숫자지만, 중국 중산층의 성장잠재력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수치다. 일본 미즈호증권은 스타벅스의 목표 주가를 7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스타벅스를 주목했다. KB증권은 “스타벅스의 글로벌 외형 성장이 지속될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스타벅스의 점포 숫자가 전년 동기 대비 1051개 늘어난 만큼 내년까지도 성장세가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우려를 기대로 바꾼 요인은 애크먼 회장이 칭찬한 ‘창조성’이다.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점포를 늘리는 데에 그치지 않고 알리바바와 제휴를 맺고 배달서비스를 강화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을 비롯한 11개 도시에서 모바일에 기반한 배달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8월 점포 밖에서도 커피를 팔 수 있도록 네슬레와 72억 달러 규모의 판매권 계약을 맺기도 했다. 스타벅스 매장을 찾지 않는 중국인들 틈에도 서서히 커피 문화가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콜드브루 등 차가운 음료를 다양화하면서 스타벅스 매출에서 ‘냉음료’ 비중은 5년 전 37%에서 최근 50% 이상으로 뛰었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과 시카고에서 시작된 점심 메뉴인 ‘메르카토’도 꾸준히 인기를 끈다. 스타벅스의 중국 시장 자금회수 기간은 1.2년으로 조사됐다. KFC(1.7년)의 기록을 앞당긴 것이었고, 애크먼 회장의 예상이 결국 맞았다.

스타벅스 주가의 반등과 함께 혁신기업을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한 나라의 상징적인 기업은 부침이 있더라도 장기투자 가치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CNBC는 최근 “스타벅스에 돈을 걸었다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