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인 사립유치원들, 개별 폐원, 아직은 미풍

입력 2018-11-05 18:29 수정 2018-11-05 21:38

‘찻잔 속 태풍일까. 태풍 전 고요함일까.’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의 집단행동 움직임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정부가 국세청 세무조사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을 예고하며 엄포를 놓은 이유인지 표면화되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만 이른바 ‘박용진 3법’과 교육부의 ‘유치원 공공성 강화방안’ 추진 과정에서 표면화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교육부는 모집정지나 폐원을 추진하고 있는 사립유치원 현황을 전국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아 5일 발표했다. 지난 2일 오후 5시30분 기준으로 취합된 자료를 보면 전국 28개 사립유치원이 교육청에 폐원 신청서를 내거나 학부모에게 폐원을 안내했다. 원아 모집 중단을 예고한 곳은 경기도 1곳이었다(표 참조).

지난 1일 교육부 발표와 비교하면 서울 지역에서 폐원을 추진하는 사립유치원이 10곳이 늘어났다. 나머지 지역은 대동소이하다. 서울에서 폐원을 추진하는 10곳 가운데 9곳은 ‘운영 악화’, 나머지 한 곳은 ‘건강 등 개인사정’을 이유로 들었다. 교육부는 “이들 유치원은 정원 충족률 70% 미만 유치원으로 자연폐원으로 추정한다”며 “원아 수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학부모 동의 3분의 2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최근 사립유치원이 폐원 신청을 하려면 학부모 3분의 2 동의를 받도록 관련 지침을 개정했다.

최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는 지난달 30일 대토론회에서 “한유총 차원의 집단행동은 하지 않더라도 개별 유치원 폐원 움직임은 상당하며 (사립유치원은) 사유재산이므로 폐원·모집중지는 개별 유치원 설립자와 원장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담스러운 전면전은 피했지만 게릴라전을 예고하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왔다. 매년 사립유치원 60∼70개가 운영난 등을 이유로 문을 닫고 있다. 아직은 집단행동으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폐원 러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상당수는 교육보다 사업에 방점을 찍고 유치원을 운영해왔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익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유치원은 어떻게든 학원으로 바꾸거나 업종 전환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유총 경기도회는 경기도교육청에 에듀파인(국가관리 회계시스템)과 처음학교로(유치원 온라인 입학시스템)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건물 이용료 등 금전적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건물 이용료 지급 요구는 정부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