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민연금의 ‘임의가입자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임의가입자란 전업주부처럼 국민연금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이들의 가입을 허용하는 제도다. 올해 기준으로 최소 월 9만원인 보험료 기준을 내리면 저소득층의 진입이 가능해진다. 이들이 ‘국민연금 우산’ 속으로 들어오면 노인빈곤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임의가입자가 늘어날수록 일반 가입자의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 있다. 낸 보험료보다 많이 받는 현재 구조에선 적게 내고 오랫동안 연금을 타는 임의가입자 증가는 기금을 더 빠르게 고갈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민일보가 1일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건복지부의 규제 개선 항목에는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소득 기준 하한 조정’이 포함돼 있다. 현재 국민연금 임의가입자는 소상공인과 같은 지역가입자의 중위소득에 준하는 보험료를 내도록 돼 있다. 올해 기준으로 중위소득은 100만원이다. 이 돈의 9%(보험료율)인 월 9만원이 임의가입자로 국민연금에 가입했을 때 내는 최소 보험료다. 복지부는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명시된 ‘중위소득’ 부분을 개정해 보험료를 더 낮출 생각이다.
보험료를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는 아직 결론 내리지 못하고 있다. 다만 2016년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려 했을 때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보험료 산정 기준점을 중위소득(99만원)에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최근 3년간 월평균 소득의 25%(52만6000원)로 바꾸려 했었다. 이렇게 되면 월 8만9100원인 최저 보험료가 4만7340원까지 낮아진다.
내야 할 보험료가 줄면 저소득자도 손쉽게 국민연금에 접근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소득 보전 효과가 커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기준으로 매월 9만원의 보험료를 10년(120개월) 동안 낸 임의가입자는 20년간 매월 17만4000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2016년 추진했던 계산식을 도입하면 매월 보험료로 5만1000원만 내면 된다. 그럼에도 매월 수령하는 연금은 15만1000원이다. 기존보다 보험료를 덜 내고도 적잖은 규모의 연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재정 측면에선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노인빈곤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취지는 좋지만 난관이 많다. 2016년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법을 개정할 때 보험료 조정 부분은 반발을 고려해 의결 대상에서 제외됐다. 우선, 저소득 임의가입자가 늘면 ‘평균 소득’이 줄어든다.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은 연금 지급액의 기준점이다. 소득이 적거나 0에 가까운 저소득층의 진입은 평균 소득을 낮춰 일반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연금 액수를 떨어뜨리게 된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고소득자의 배우자가 임의가입을 해 혜택을 누리는 식의 이른바 ‘무임승차’를 걸러 낼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2016년에도 서울 강남의 고소득자들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며 “소득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단독] 국민연금 임의가입자 소득기준 하향 재추진
입력 2018-10-01 18:06 수정 2018-10-01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