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양승태 USB’ 확보… 결정적 증거 나올까

입력 2018-10-02 04:01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검찰은 전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자택에서 문서파일이 저장된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뉴시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의 USB(이동식 저장장치)를 확보했다.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초유의 강제수사를 벌이며 속도가 붙은 사법농단 의혹 규명에 핵심 증거가 될지 주목된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단(단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전날 양 전 대법원장의 경기도 성남 자택에서 문서파일 등이 저장된 USB 두 개를 확보해 분석 작업에 착수했다.

검찰은 대법원장 퇴임 때 가지고 나온 USB가 자택 서재에 있다는 양 전 대법원장 측의 진술에 따라 USB를 압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차량에 대해서만 이뤄졌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할 때는 주거지 등도 포함했지만 법원이 “주거 안정의 가치가 중요하고 증거가 자택에 있을 개연성이 부족하다”며 차량에 한해 영장을 발부했기 때문이다. 다만 영장에는 압수수색 참여인 등 진술에 의해 압수할 물건이 다른 장소에 보관돼 있음이 확인되면 그 장소도 압수수색할 수 있다고 기재돼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참관한 변호인이 양 전 대법원장과 통화한 뒤 USB의 위치를 진술해 압수하게 된 것이고, 이 과정에 대한 변호인 진술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USB에는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보고 받은 문건들이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히 사법농단 의혹이 제기되던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생산한 문건 등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이미 양 전 대법원장이 재판 거래를 비롯한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진행한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정황 증거는 다수 확보된 상태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피의사실에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USB 분석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이 의혹이 제기된 사안들을 직접 보고받았는지 등 관련성을 입증할 단서가 추가로 찾아지면 수사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지난 7월 검찰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숨겨둔 USB를 확보하면서 추가 의혹들이 대거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USB 내용에 큰 기대를 걸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강제수사 시도가 이미 법원 영장 기각으로 무산된 바 있고 수사가 시작된 지 100일이 넘게 지난 상황에서 결정적 증거를 그대로 남겨뒀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앞서 양 전 대법원장이 재직 시절 사용했던 PC 하드디스크도 이미 ‘디가우징’(자료를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지우는 것) 방식으로 데이터가 손상돼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임이 확인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에서 먼저 USB 존재와 위치를 알렸다는 점도 기대치를 낮추는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양 전 대법원장으로서는 수사에 협조한다는 차원에서 (USB 존재 사실을) 알린 것 같다”면서도 “혐의를 부인해왔던 입장에서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문동성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