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 ‘바울에 관한 새 관점(new perspective on Paul·새 관점)’은 세계 신약학계의 대표적 이슈였다. EP 샌더스와 제임스 던, 톰 라이트 등 학자들은 전통적인 개신교 칭의론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논의를 확장해왔다. 국내 신약학계에서도 새 관점은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제3자인 독자 입장에서는 새 관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1차 저작들을 만날 수 없었기에 ‘강 건너 불구경’ 하는 것과 같았다. 원작을 읽지도 못한 채 학계의 주장만 들어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논문의 각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바로 그 책들이 국내에서 출간돼 누구나 새 관점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대표작 중 하나는 EP 샌더스의 ‘바울과 팔레스타인 유대교’(알멩e)이다. 1977년 원서로 출간된 이 책은 팔레스타인 유대교와 바울의 종교 패턴을 분석해 비교한 책이다. 히브리어로 쓰인 미쉬나 문헌까지 샅샅이 읽었다는 샌더스는 1세기 유대교가 율법 준수로 구원을 얻는 행위의 종교가 아닌 은혜의 종교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언약적 율법주의’로 표현됐다.
제임스 던의 ‘바울에 관한 새 관점’(감은사)은 책 이름이 신약학계 논의의 고유명사로 굳어진 경우다. 원래는 82년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발표한 강연 제목이었다. 던은 이 책에서 샌더스의 바울 이해를 되짚으며 자신의 새로운 바울 해석을 내놓았다. 특히 갈라디아서 2장 16절을 주해하며 바울이 의미했던 ‘율법의 행위들’이 의미하는 바를 추적하고 개신교에서 전통적으로 이해돼 왔던 율법관에 도전한다.
3년 전 한국어로 출간된 톰 라이트의 ‘바울 논쟁’(에클레시아북스)은 샌더스가 제시한 유대교 이해와 바울 이해에 대한 응답과 비판을 담고 있다. 제임스 던 이후 최근 신약학계가 주도하는 바울신학에 대한 저자의 대안을 광범위하게 제시한다.
이들 세 학자의 주장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새 관점 이슈가 교착 상태에 빠져있기도 하다. 영국 더럼대 라이트푸트신약학 석좌교수인 존 MG 바클레이는 새 관점에 대해 제3의 길을 모색하는 학자로 통한다. 최근 ‘단숨에 읽는 바울’(새물결플러스)이 출간된 바 있으며 이번 달엔 ‘바울과 선물’이란 이름으로 선을 보일 예정이다. 바클레이는 ‘은혜의 신학’이란 관점을 제시해 논의를 발전시켰다는 평을 받는다.
신상목 기자
쏟아지는 ‘바울의 새 관점’ 서적
입력 2018-10-02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