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옛 연인에게 보낸 성적 비하 문자는 성폭력”

입력 2018-09-30 18:26

헤어진 옛 연인에게 앙심을 품고 성적 수치심을 주는 문자메시지를 잇따라 보낸 것도 성폭력 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협박 및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혐의로 기소된 이모(55)씨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30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헤어진 연인에게 연인 시절 빌려간 돈 1500만원을 갚으라며 욕설과 살해 협박 등의 내용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25번 보낸 혐의(협박)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와 함께 은밀한 신체 부위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등 성적 수치심과 혐오감을 일으키는 내용의 문자를 22차례 보낸 혐의(통신매체이용음란)도 적용됐다.

1심은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이씨가 피해자와 헤어지는 과정에 성적비하 발언을 듣고 화가 나 다시 피해자에게 수치심이나 불쾌감 등을 주기 위해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성적 욕망을 유발하려는 목적이 없어 성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협박죄만 유죄로 인정,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 성폭력처벌법은 통신매체이용음란죄를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한 경우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는 성적으로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에 피해자에게 다시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는 등의 심리적 만족을 하고자 했다”면서 “이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적 욕망이 상대방에 대한 분노감과 결합돼 있다고 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면서 2심의 판단을 파기했다.

조민영 기자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