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회가 원하는 진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입력 2018-09-28 00:01

세상이 한국교회를 걱정하는 요즘, 책 제목처럼 ‘왜 우리에게 기독교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선뜻 답하기는 쉽지 않다. 설령 누가 대답한다 한들, 세상 사람들이 귀담아 들을까 싶다. 하지만 올해 백수(白壽)를 맞은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이야기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김 교수는 우선 ‘기독교가 곧 교회, 교회가 곧 기독교’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한국교회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진단한다. 교회들이 몸집을 키우며 위세와 규모를 놓고 경쟁하는 동안 교회주의에 빠지며 기독교 정신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왜 기독교가 필요한지, 그렇다면 교회의 본분과 책임은 무엇인지, 그리스도인의 책임과 의무는 무엇인지에 대해 해박하면서도 사려 깊은 조언을 들려준다.

김 교수는 인간의 죄를 대신해 양심의 무거운 짐을 덜어줄 수 있는 분은 예수님밖에 없다고 말한다. ‘논어’를 쓴 공자도 선하고 아름다운 인간관계로 사회를 바꾸자고 했으나 정작 종교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 영역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들려준다.

인류에게 희망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기독교가 답할 수 있다고 말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인류 스스로 인류의 역사를 구원한다고 믿었던 생각을 말년에 수정하고 기독교에 귀의한 사례를 통해 인류에겐 희망이 없음을 설득한다.

그런 점에서 김 교수는 “교회가 교리만 찾고 종교적 진리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진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민족과 국가를 하늘나라로 바꾸는 책임에 동참하는 특전과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평생 그가 걸어온 신앙의 여정과 더불어 역사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통해 길러낸 기독교에 대한 성찰을 만날 수 있다.

오래 신앙의 길을 걸어온 노철학자는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앞선 문화와 가치관을 사회에 제시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키는 운동이지 교회 크게 짓고 많이 모이고 우리끼리 예배드리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인의 사회 참여에 대해 이렇게 권유한다. “법치사회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정치를 하든 기업을 하든 사회가 질서와 정의가 지배하는 수준으로 올라가도록 이끌어야 한다. 그때 두 가지를 지켜야 하는데 하나는 도덕과 윤리적인 가치이고 다른 하나는 사랑을 베푸는 가치이다.”(151쪽) 부제에 달린 ‘100년의 지혜’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책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