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 이번엔 공정위의 ‘봐주기 징계’ 수사

입력 2018-09-20 18:21 수정 2018-09-20 22:17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에서 금품을 받은 비위 간부를 ‘봐주기 징계’했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본격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공정위가 내부 감사 과정에서 해당 간부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기업과 말맞추기를 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퇴직자 불법 재취업’ 비리 의혹으로 전직 위원장, 부위원장 등이 대거 재판에 넘겨진 공정위가 이번엔 내부 비위를 덮으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현직 1급 간부 등 공정위 핵심 인사들이 의혹의 중심에 있어 내부 쇄신을 추진하려는 ‘김상조호(號)’ 리더십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공정위 전 감사팀장 등 감사담당관실에 근무했던 직원을 잇달아 소환 조사했다. 2013년 당시 A간부에 대한 공정위 내부 감사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현재 공정위 핵심 1급 간부인 A씨는 2012년 12월 공정위 국장이던 당시 세종시 아파트로 이사하면서 한 대형백화점 측 한 임원에게서 32인치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선물로 받았다가 2013년 7월 문제가 되자 이를 되돌려줬다. 공정위는 이에 세 달간의 내부 감찰을 거쳐 70여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2014년 초 A씨를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 결과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경고 처분이었다.

검찰은 당시 공정위가 내부 감찰 결과를 중앙징계위에 넘길 때 지원받은 금품 가액을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금품 가액이 징계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금액을 100만원 미만으로 맞춰 징계 수위를 낮추려 했다는 것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이 100만원 이상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퇴출하는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이 2015년 말부터 시행 중이다. 그 전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대신 국민권익위원회 행동강령 지침에 따라 ‘금품 100만원 미만’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등 액수에 따라 징계 수위를 정해 왔다.

검찰은 공정위 감사팀이 해당 백화점 측과도 입을 맞춘 정황을 잡고 당시 이 백화점 간부와 직원 등을 불러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와 함께 A씨와 같은 아파트에 함께 살았던 또 다른 1급 간부(당시 국장)인 B씨가 감찰과 징계 대상에서 제외된 배경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받은 전 감사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봐주기 징계’에 당시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감사팀이 (외부 압력 없이) 금품 제공 기업과 말을 맞춰가면서까지 비위 간부를 비호하는 위험부담을 스스로 감수할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구자창 조민영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