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회담 땐 도보다리 산책, 이번엔 백두산 장군봉과 천지 산책

입력 2018-09-20 04:0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12월 백두산 천지에 올랐을 때 찍은 사진. 김 위원장은 정치적으로 중대한 시기를 앞두고 백두산 일대를 찾곤 했다. 그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20일 함께 백두산을 오른다. 남북의 정상이 민족의 영산을 동반 등정하는 장면이 이번 회담의 대미를 장식하게 된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9일 평양 고려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내일 백두산을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며 “두 정상의 백두산 방문은 김 위원장이 제안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김정숙 여사는 당연히 가시고, 리설주 여사의 동행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두 정상은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 북한 양강도 삼지연공항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삼지연공항까지 직선거리는 약 390㎞로, 비행기로 1시간 정도 걸린다. 백두산 중턱까지는 버스를 타고 올라갈 계획이다. 산 중턱부터 백두산 남쪽 정상인 장군봉까지 궤도차량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장군봉까지는 올라갈 예정이고, 날씨가 좋으면 내려가는 길에 천지까지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백두산 등반 후 삼지연공항에서 곧바로 서울로 돌아올 계획이다.

‘등산 마니아’인 문 대통령은 그간 백두산에 오르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지난 4월 1차 남북 정상회담 환영만찬 때 “내가 오래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하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먼저 백두산 동반 방문을 제안한 것은 문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 예우의 일환으로 보인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도 여러 차례 중국을 통하지 않고 백두산을 오르고 싶다고 말했고, 아마 북한도 이런 바람을 잘 알고 있기에 제안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두 정상의 백두산 등반을 이번 정상회담의 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보는 해석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문 대통령이 홀로 백두산에 오른다면 개인적 바람의 실현만으로 볼 수 있겠으나 김 위원장과 같이 간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두 정상이 민족의 영산을 함께 등반하며 평양공동선언을 굳건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그동안 백두산과 삼지연 일대 경제 개발을 주요 역점 사업으로 삼고 애정을 쏟아 왔다. 때문에 향후 남측에 백두산관광을 허용하기 위해 미리 문 대통령에게 선보이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형민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