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 중 역대 네 번째 중형인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이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저에게 덧씌워진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지 말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 심리로 6일 열린 이 전 대통령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한 국가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일련의 행태를 보였다”며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4131만원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횡령 등 모두 16개 혐의로 기소됐다. 자동차 부품 업체 ‘다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349억여원을 횡령하고 법인세 31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다. 미국에서 진행된 다스 소송비 68억여원을 삼성에서 대납받은 혐의(뇌물수수)도 받는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김소남 전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공직 및 비례대표 자리를 주겠다며 36억원을 수수한 혐의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다스의 실제 주인이 누구인지 피고인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수사기관과 국민에게 이를 철저히 은폐하며 기만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으로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해저드 사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후진술에서 16분간 A4용지 6쪽 분량의 원고를 읽었다. 그는 “다스 주식을 한 주도 가져본 적 없다”고 했고, “뇌물을 대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다는 주장에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다스 소송비 대납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에 대해 “이번 수사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며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제가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내 돈과 권력을 모두 가졌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며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징역 20년형은 전직 대통령에게 구형된 형량 중 네 번째로 무거운 것이다. 구형만큼 선고될 경우 이 전 대통령은 98세까지 수감돼 있어야 한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는 1996년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이 구형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유기징역 상한선인 30년을 구형받았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구형에 10년 정도 차이가 나는 데는 공소제기된 뇌물 규모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보다 480억원가량 많은 592억원의 뇌물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달 5일 오후 2시 이뤄질 예정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이 전 대통령의 결백 호소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
입력 2018-09-06 18:18 수정 2018-09-06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