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가 주도해 만들었던 청년희망펀드가 3년 만에 판매 중단된다. 은행에서 펀드 신규가입을 받지 않고 모인 기부금은 청년희망재단에서 관리하게 됐다.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로 만들어졌지만 전형적인 ‘관치금융 실패 사례’의 전철을 밟게 됐다.
29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청년희망펀드 모금액(약 438억원)과 사업권이 다음 달 초에 청년희망재단으로 이관된다. 2015년 9월 청와대 주도 아래 청년희망펀드가 조성된 지 3년 만에 은행들이 손을 떼는 것이다. 청년희망펀드는 청년 취업을 목적으로 제정된 공익신탁이다. 일종의 기부금으로 은행이 공익사업 추진을 위해 가입자가 맡긴 돈을 운용하는 구조다.
청년희망펀드는 출범 단계부터 ‘관치펀드’ 논란에 시달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펀드 1호 가입자로 나선 이후 재계와 주요 정부부처 장관이나 차관들까지 가입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펀드 출시 1년 만인 2016년 10월에는 청년희망펀드 기부자 가운데 52%가 은행 직원이라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은행연합회는 현행법 등을 이유로 펀드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인신탁법은 기부금을 수탁한 날로부터 3년 이내에 공익사업에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청년희망재단이 기부금을 직접 받고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정권 교체로 펀드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실제로 펀드 가입자 수는 2016년 이후 별다른 증가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펀드 가입 계좌는 2015년 9월 말 5만998개에서 2016년 말 9만3238개로 늘어난 이후 정체 상태다.
관치펀드의 몰락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했던 이명박정부 시절 출시된 녹생성장펀드가 대표적 관치펀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강조하자 금융권에 관련 펀드가 줄지어 등장했지만 현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2014년 박 전 대통령이 ‘통일대박’을 외친 후 나왔던 통일펀드도 방치되다가 최근 남북 해빙무드를 맞아서야 재정비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관치 논란 ‘청년희망펀드’ 도입 3년 만에 판매 중단
입력 2018-08-3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