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파업 진압, MB청와대가 최종 승인

입력 2018-08-28 18:24 수정 2018-08-28 21:35
왼쪽 조현오 16대 경찰청장. 오른쪽 강희락 15대 경찰청장

2009년 8월 경찰의 쌍용자동차 노조 옥쇄파업 진압 작전을 이명박정부 청와대가 최종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작전을 지휘한 조현오 당시 경기경찰청장은 상급자인 강희락 경찰청장의 반대를 무시하고 청와대와 직접 접촉해 작전을 승인 받았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경찰에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과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한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를 권고했다.

조사위에 따르면 경기경찰청은 2009년 6월부터 쌍용차의 노사협상 결렬에 대비해 파업농성 강제진압 작전을 짰다. 경기청은 이 과정에서 사측과 긴밀하게 협조해 ‘공장 진입 시 단전·단수 조치’ 등의 계획을 세웠다. 당시 경기청 소속 경찰관 50여명은 조 전 청장 지시에 따라 온라인상에서 노조의 파업 농성을 비난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해 8월 4∼5일 진행된 진압 작전을 강 전 청장이 반대하자 조 전 청장은 청와대에 이를 보고하고 파업 진압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조 전 청장이 당시 청와대 고용노동담당 비서관과 진압 계획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진압 당시 대테러장비로 분류됐던 테이저건과 다목적발사기를 노조원들에게 사용했다. 또 헬기 저공비행으로 하강풍을 발생시켜 노조원 해산을 시도했다. 헬기에 물탱크를 장착해 최루액을 섞은 물 약 20만ℓ를 노조원들을 향해 혼합살수했다. 최루액의 주성분인 CS와 용매인 디클로로메탄은 2급 발암물질이다.

조사위는 대태러장비 사용과 최루액 살수가 ‘경찰관직무집행법’ 및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형사처벌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유 위원장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공식 사과할 것과 개별 사업장의 노동쟁의 사건은 노사 간 자율적 교섭을 원칙으로 대처하고 경찰력은 최후적·보충적으로 투입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경찰이 쌍용차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16억6900만원 규모의 국가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 취하도 권고했다. 정부에는 피해 노동자와 가족에 대한 사과 및 그들의 명예회복과 치유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조 전 청장, 사측 책임자의 처벌과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했다. 또 쌍용차 노조 와해 비밀문서 수사를 위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구성을 요구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