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 등의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고성능 집적회로(IC)칩을 미국에서 수입해 해외로 밀수출한 반도체 수출업체 대표 등이 검찰에 무더기 적발됐다. 해당 IC칩은 각종 군사장비의 개발·제조에 쓰이는 ‘전략물자’로 분류돼 대외무역법상 정부 허가 없이는 수출이 불가능하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예세민)는 시가 122억원 상당의 국내 유통용 IC칩 약 19만개를 정부 허가 없이 중국·홍콩 등지로 되판 혐의(대외무역법 위반 등)로 반도체 수출업체 대표 안모(45)씨와 장모(45)씨를 구속 기소하는 등 18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안씨 등은 2011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미국의 유명 반도체 업체 T사와 A사가 만든 고성능 IC칩을 국내 방산업체 등에 납품하는 것처럼 속여 수입한 뒤 정부 허가 없이 중국과 홍콩에 재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중국·홍콩의 반도체 업자들이 미국산 전략물자를 직거래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해 국내 유통용으로 위장한 IC칩을 고가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일부 반도체 업체 대표와 국내 독점 유통업체 직원들이 IC칩의 불법 수출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주고받은 정황도 파악했다. 특히 안씨는 2012년 12월∼2013년 12월 미국 업체 T사의 국내 직원으로 일하면서 뒷돈 8200만원을 챙기고, 2014년 11월부터는 수출업체를 직접 운영하면서 홍콩에 37억원 상당의 IC칩을 불법 수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불법 수출된 IC칩은 방사능과 고압·고온에 견디는 고성능 제품으로 미사일·레이더 등 각종 군사무기와 통신설비 등 제조에 쓰일 수 있다. 제품 사양서에도 군수용으로 사용 가능하다고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홍콩 등지로 밀수출된 IC칩의 구체적인 용도는 아직까지 파악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관세청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전략물자 불법 수출 단속활동을 강화하고 관련 비리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
‘무기제조용’ IC칩 中에 빼돌린 일당 무더기 기소
입력 2018-08-28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