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드림팀’에 악몽 안긴 사나이, 지노빌리 은퇴

입력 2018-08-28 19:34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레전드이자 미국 ‘드림팀’의 올림픽 우승을 유일하게 좌절시킨 아르헨티나 농구의 영웅 마누 지노빌리(41·사진)가 정든 코트를 떠난다.

마누 지노빌리는 28일(한국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SNS)을 통해 “내가 아는 이들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 엄청난 여정이었다”며 은퇴를 발표했다. 그는 “내가 꿈꿔온 것보다 더 대단했다”고 자신의 선수 생활을 회고했다.

그 말대로 지노빌리의 선수 생활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더 훌륭하게 막을 내렸다. 지노빌리가 NBA 드래프트에 나선 1999년 거의 모든 팀들이 지노빌리를 지나쳤다. 그는 마지막에서 두 번째인 2차 57번째 순서가 돼서야 샌안토니오에 지명됐다.

실제 NBA 데뷔는 그보다 늦은 2002년이었다. 지노빌리는 그러나 이후 16년 동안 4번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 기간 샌안토니오는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그가 NBA에서 남긴 통산 기록은 평균 13.3점 3.5리바운드 3.8어시스트다.

지노빌리는 당대 최고의 빅맨이었던 팀 던컨의 가장 큰 조력자로서 매년 플레이오프마다 최고의 활약을 했다. 2004-2005시즌 플레이오프에서는 그의 평균 득점보다 훨씬 높은 20.8득점을 기록하며 개인통산 두 번째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지노빌리는 국제무대에서 더욱 큰 족적을 남겼다. 아르헨티나 소속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해 ‘드림팀’ 미국 대표팀을 준결승에서 89대 81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지노빌리는 무려 29점을 쏟아 부으며 팀을 이끌었다. NBA 최고의 선수들이 참가하기 시작한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 이후 미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올림픽은 아테네대회가 유일하다.

지노빌리의 은퇴 소식이 퍼지자 샌안토니오와 숱하게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호적수들의 칭찬이 줄을 이었다. 코비 브라이언트(전 LA 레이커스)는 “맞붙었던 선수들 중 단연 최고”라고 평했다. 덕 노비츠키(댈러스 매버릭스)는 “훌륭한 선수였다. (은퇴 후)다음 단계는 명예의 전당”이라고 극찬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