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시민단체 만들어 기부금 꿀꺽…‘조희팔 사기’ 피해자 등친 기막힌 이중 사기

입력 2018-08-28 04:00

회원 1만3000명 모집…“은닉자금 확보” 거짓말
댓글·기부액 기준으로 회원등급 매겨 관리도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사기’로 불리는 ‘조희팔 사건’ 등의 피해자들에게 “기부하면 돈을 되찾아주겠다”고 속여 수십억원을 가로챈 가짜 시민단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금융사기 피해자 5000여명에게 피해 회복을 도와준다며 기부금 약 20억원을 가로챈 혐의(상습사기)로 바른가정경제실천연합(바실련) 대표 김모(50)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만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1월 조희팔 사건이 발생하자 서울 구로구와 부산 금정구에 각각 본부와 지부를 둔 단체 바실련을 설립했다. ‘유사수신 피해 회복 및 진실 규명’이 명분이었지만 실제로는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기부금을 받아 가로채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2015년 6월 ‘해피소닉글로벌’ 사기 사건 당시에도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끌어들였다. 두 사건 피해자 1만3000여명을 단체의 정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후 김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매주 1∼2차례 피해자 모임 등을 개최하고 방송 출연과 기자회견을 하면서 투자사기 전문가로 행세했다. 그는 “조희팔의 은닉자금 600억∼700억원을 확보했다”며 “민사소송 명단에 들어가려면 기부금 납부 등 단체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거짓말을 했다.

김씨는 이를 통해 2008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피해자 5000여명에게 사무실 운영비와 활동비, 경북 성주 연수원 건립비 등 명목으로 모두 20억4005만919원을 기부금으로 받아 챙겼다. 이 과정에서 기부금 경쟁을 유도했다. 카페 게시글·댓글 활동내역과 기부금 액수를 기준으로 회원등급을 가·나·다로 관리하면서 높은 등급일수록 먼저 구제받을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

하지만 경찰조사 결과 은닉자금 확보나 연수원 건립 등은 모두 김씨가 꾸며낸 말이었다. 피해회복을 위해 민사소송을 진행하거나 준비한 사실도 없었다. 다만 김씨가 체크카드로 노래방과 마트 등에서 9000여만원을 결제하고 현금 4억8000만원을 인출해 개인적으로 쓴 정황만 확인됐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