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은 미 증시, S&P500 지수 113개월 연속 상승

입력 2018-08-22 18:16

미국 경제가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뉴욕 증시의 간판지수 중 하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9년 넘게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치명타를 맞은 중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자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전 세계와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2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 500은 전날보다 5.91포인트(0.21%) 오른 2862.96에 마감했다. S&P 500은 한때 2873.23까지 올라 올해 1월 26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 2872.87을 경신했다. 또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63.6포인트(0.24%) 상승한 2만5822.2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8.17포인트(0.49%) 상승한 7859.17에 장을 마감했다.

S&P 500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월 666까지 주저앉은 이래 지금까지 113개월 동안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다. 시작점과 비교하면 무려 321%나 올랐다. 만약 S&P 500지수가 22일 20% 넘게 폭락하지만 않는다면 미국 증시는 역사상 가장 긴 강세장에 진입한다. 기존 최장 기록은 1990년 10월부터 IT 거품이 붕괴하는 2000년 3월까지 총 3452일이다.

미국 경제 성장을 견인한 건 애플과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들이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등 친(親)기업 정책도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미국 IT 기업들의 견실한 실적과 내수 경제 활력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금리 인상과 수입품 관세 부과 등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음에도 호황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반영된 듯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對中)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데이비드 말파스 미국 재무부 차관과 왕서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 겸 국제무역협상 부대표는 22∼23일 워싱턴에서 무역 협상을 갖는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 열리는 협상이지만 이번에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시각은 많지 않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 160억 달러어치의 중국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역시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일방적 행태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된다.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다른 나라에 희생을 강요해 이익을 취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투자회사 올드뮤추얼글로벌인베스터의 마크 내쉬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의 경제적 고통이 심화될 경우 그 악영향은 미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