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21일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한 대상은 가격 담합, 공급제한, 시장 분할, 입찰 담합 4가지 유형이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주거나 국가 재정 낭비로 이어지는 등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주는 주요 사건을 검찰이 신속히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연 것이다.
다만 원·하청간 불공정거래나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등 재벌기업의 횡포와 직결되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는 여전히 전속고발제 하에 남아 있다.
검찰 내에서는 시급한 분야의 전속고발제 폐지를 합의한 만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별개로 합의 사항에 대한 ‘원 포인트’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의 가장 큰 의미는 가장 폐해가 크지만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 피해자인 국민들이 피해사실을 모른 채 덮일 수 있는 담합 사건부터라도 투명하고 빠르게 수사해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가격 담합, 입찰 담합 등은 국민이 피해자가 되고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기회 자체가 박탈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사건 중에서도 폐해가 가장 큰 분야로 꼽힌다.
이 관계자는 “공정위와 검찰이 정보를 공유하고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서로 간 견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공정위에 고발권이 있을 때에도 검찰이 수사해 기소해야 했던 만큼 전속고발제가 사라져 기업에 이중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합의가 전속고발제의 전면 폐지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다른 나라와 달리 재벌이 존재하는 한국사회에서 제재 필요성이 큰 불공정거래행위는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 법조계 인사는 “불공정행위에 해당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의 지위남용행위나 일감몰아주기 같은 것들은 소위 재벌의 ‘갑질’, 대기업 횡포를 견제할 수단”이라면서 “카르텔 분야 제재 강화가 더 시급해 우선되긴 했지만 앞으로 이런 부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추혜선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본부장은 “불공정거래행위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전속고발제를 전면 폐지해 ‘을’들의 신뢰를 얻을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정위가 이번 합의 사안을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연계해 추진할 경우 국회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카르텔에 국한해 이뤄낸 이번 합의는 이견이 많지 않다”면서 “공정위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과 연계하지 않고 원 포인트로 법 개정안을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표정 관리하는 검찰 “불공정거래 고발권은 공정위에 있다”
입력 2018-08-2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