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외쳤지만… 판문점 선언 비준 요청은 거부

입력 2018-08-16 18:14 수정 2018-08-16 21:27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가운데)이 1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담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뒤편은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바른미래당 김수민, 민주평화당 이용주 원내대변인, 정의당 최석 대변인(왼쪽부터)이다. 이병주 기자
오찬 회동의 메뉴로 5당의 상징 색깔을 표현한 오색비빔밥이 나왔다. 이병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오찬 간담회에서 크게 세 가지를 당부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여야정 협의체) 구성,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및 다음 달 동반 평양 방문, 선거제도 개편 필요성이다.

하지만 합의문에는 지난해 당대표들이 이미 합의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 하나만 담겼다. 협치의 첫발을 뗐지만 처음부터 순탄하진 않았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에 대해 “다음 달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데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해준다면 훨씬 더 힘이 되지 않을까 한다”며 “국회도 함께 방북해 남북 간 국회 회담의 단초를 마련했으면 하는 욕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물밑 접촉이나 여러 접촉이 원활하게 되고 있고,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제안은 야당의 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진정한 평화는 핵 없는 평화”라며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진전이 없다는 게 국민적 걱정이고 국제사회의 평가”라며 이를 거절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신 탈원전 정책의 ‘스텝 바이 스텝(속도조절)’ 접근과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문 대통령이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정책에 대해 “충분히 스텝 바이 스텝 하고 있다. 원전 비중을 조정해가며 신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는 쪽으로 신중히 가고 있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 전했다. 북한산 석탄 밀반입 의혹에 대해서도 “정부가 국회 측에 충분히 설명했다면 국익을 위해서라도 국정조사보다는 국회 상임위원회 활동에서 의문점을 풀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고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서도 국회 논의 사안이라는 점을 전제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편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재개되는 것을 보았는데, 대통령이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해줬으면 하는 요청이 있는 것을 봤다”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그런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대통령 개인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이미 개편안으로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나누는 제도)를 공약한 사실도 소개했다.

국회 관할 사안인 만큼 문 대통령은 더 이상 발언을 삼갔지만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을 겨냥했다. 장 원내대표는 “대통령도 한목소리를 내니 민주당만 합의하면 된다. 공직선거법을 개정하기로 합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은 의석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선거제도 개편을 반대하고 있다. 한국당은 ‘드루킹 특검’ 기간 연장 필요성도 제기했지만 문 대통령은 듣기만 했을 뿐 별다른 발언은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원격의료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나치게 의료 민영화로 가지 않고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도하에서 원격진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재벌 산업자본이 무리하게 은행자본으로 들어올 여지를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뒀다”고 강조했다.

이날 말복을 맞아 오찬 테이블에는 토종닭 삼계죽이 올랐다. 각 당의 상징색을 재료로 쓴 오색비빔밥도 제공됐다. 민주당의 파란색을 상징하는 블루버터플라이피 식용꽃과 한국당의 빨간색을 떠올리게 하는 무생채, 바른미래당 민트색을 연상시키는 애호박나물, 평화당의 녹색을 참작한 엄나물, 정의당의 노란색을 감안한 황지단이 사용됐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문 대통령에게 고(故) 노회찬 원내대표의 책을 선물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