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남북 단일팀, 호흡 척척

입력 2018-08-15 23:27
1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X조 인도네시아와의 예선 1차전에서 남북단일팀 코리아의 노숙영(왼쪽·북한)과 김소담이 함께 리바운드를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남북 단일팀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농구 대표팀 ‘코리아’가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개최국 인도네시아에 68점차 대승을 거뒀다. 북측의 노숙영이 양팀 최다인 22득점을 올렸다. 광복절에 이뤄진 이 승리는 남북 단일팀이 국제 종합대회에서 거둔 첫승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코리아는 15일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X조 예선 첫 경기에서 108대 40으로 승리했다. 트리플 스코어에 가까운 최종 점수가 말해주듯 승패는 경기 초반에 일찌감치 결정됐다. 인도네시아는 경기 중 단 한 차례도 리드를 잡지 못했고 43개의 턴오버로 자멸했다. 코리아는 마치 공격·수비 훈련을 하듯 여유롭게 경기에 임했다.

함께 손발을 맞춘 기간이 길지 않음에도 남북 선수들은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센터 노숙영에게는 약속된 움직임에 따른 좋은 패스가 자주 투입됐다. 남측 김한별이 베이스라인에서 코트를 가로질러 길게 뿌려준 패스를 노숙영이 받아 속공 득점으로 연결하는 장면도 있었다. 노숙영은 자신에게 상대의 수비가 집중되면 외곽의 동료들에게 패스를 내줘 3점슛을 도왔다.

2쿼터에 들어온 북측의 또다른 선수 장미경은 빠른 몸놀림을 보였다. 속공 찬스에서 잇따라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어시스트를 했다. 이문규 감독은 “작지만 빠르고 패스워크가 좋다”고 칭찬했다. 3쿼터부터 투입된 북측 김혜연도 적극적인 수비와 활발한 공격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남측 선수들은 고른 활약을 펼쳤다. 여자프로농구(WKBL) 최우수선수(MVP) 출신인 박혜진은 팀을 리딩하며 11득점을 기록했다. 김한별은 허슬 플레이를 펼치며 무려 6개의 스틸을 기록했다. 3점슈터 강이슬은 2쿼터에만 4개의 3점슛을 퍼부었다. 맏언니 임영희는 8득점, 숭의여고 3학년으로 코리아의 막내인 박지현은 3득점을 했다. 이날 코리아는 박지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각자 10분 이상씩 코트에 섰다.

코리아의 이날 승리는 국제 종합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이 거둔 첫 승리로 기록됐다.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 지난달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는 단일 종목으로 치러진 대회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돼 출전했지만 승리를 거두진 못했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