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창모(21·NC 다이노스)는 지난 9일 SK 와이번스전에서 7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선발승을 올렸다. 341일만이자 올 시즌 18번의 선발등판 끝에 따낸 값진 승리다.
구창모는 14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번 선발승 뒤 1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승리를 올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지난해 7승을 올리며 NC의 당당한 붙박이 선발로 떠오른 구창모지만 올 시즌은 승운이 지독히 따르지 않았다. 5월 1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5월 시즌 첫 승을 올리긴 했지만 계투로 나와 올린 기록이었다.
패배는 계속 쌓여갔다. 저조한 득점지원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본인의 기복 탓도 있었다. 지난달 4일 LG 트윈스전에서는 시즌 최다 9실점을 하고 강판되기도 했다. 결국 유영준 NC 감독대행은 지난 1일 구창모를 불펜으로 이동시켰다.
구창모는 불펜행 뒤 깨달음을 얻었다. 구창모는 “정범모, 이재학 선배 등으로부터 주무기를 살린 뒤 다른 구종을 던지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확실한 구종을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었다”고 설명했다. 구창모는 올 시즌 개막 전 주무기인 직구와 커브에 더해 체인지업 연마에 집중했다. 지난 6월 15일 KT 위즈전에서 체인지업 구사율이 27.5%에 달할 정도로 체인지업 비중을 높인 터였다. 그러나 8월 3번의 불펜 등판에서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고도 6이닝 무자책을 기록했다.
구창모는 9일 ‘주무기가 먼저’라는 교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총 101구 중 직구가 76개, 커브가 22개였다. 145㎞의 직구와 폭포수 같은 커브 앞에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구창모는 올 시즌 최다인 7개의 삼진을 잡아냈는데 그중 4개가 커브에서 나왔다.
구창모의 메신저 배경 화면에는 ‘나태함, 그 순간은 달콤하나 결과는 비참하다’고 적혀있다. 방심하는 순간 안 좋은 결과가 나올 테니 항상 긴장하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년간 이를 몸소 체험했고 각성도 했다. 구창모는 “많은 것을 느낀 한해였다”며 “선발투수 2년차로 앞으로는 많은 이닝을 던져 선발투수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341일 만의 선발승 ‘수렁’서 나온 구창모
입력 2018-08-14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