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인권 지킴이 구상하고 있습니다”

입력 2018-08-14 00:00
원형은 빛과소금교회 목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나진·선봉 경제 특구에 있는 북한 주민들이 만든 ‘오병이어’ 장식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인권이 곧 선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인권위원을 지낸 원형은(62) 빛과소금교회 목사는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교회가 앞장서 인권을 존중하고 우리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의 인권 담론이 교회로부터 시작됐기에 목사라면 마땅히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창 1:26) 고귀한 존재라는 것에서 출발한 ‘천부인권’ 사상은 한국사회의 인권 담론 형성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한국교회가 암울했던 독재정권 시절 민주화와 인권의 보루 역할을 했던 것은 성경말씀에 따른 것이었다.

원 목사는 최근 ‘교회 안 인권 지킴이’를 구상하고 있다. 항존직에서 무조건 여성을 배제하거나 설교 중 한센병 환자나 이방인을 차별하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원 목사는 “나와 다르니 틀렸다고 보는 발상에서 반인권적인 행태가 나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징부터 하기보다 서로 대화하며 하나씩 고쳐나가는 게 중요하다. 대화와 이해, 공감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원 목사는 요즘 지역 탈북자와 외국인노동자, 유아와 노인 등의 일상 속 차별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지난해까지 5년간 탈북자 쉼터인 ‘마중물 공동체’를 운영하며 부산 지역 1000여명의 탈북민 중 400여명과 직·간접 관계를 맺어왔다. 원 목사는 “인권이라 하면 거창해보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고민을 갖는 인권 문제는 사소한 일에서 시작한다”며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해 주며 사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원 목사는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국가인권위 비상임 인권위원이 돼 3년간 탈북민 등의 인권 보호를 위해 활동했다. 원 목사는 1996년 부산인권문화제, 장애인권리찾기부산연대와 6·15공동선언 부산실천연대 공동대표 등을 맡으며 인권운동에 앞장섰다.

그가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의 ‘씨앗 뿌리기’가 있었다. 83년 예장통합 사회선교부는 사회선교 지도자과정을 열어 목회자들을 사회 현장에 파송했다. 85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80년대 후반 부산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회원이 돼 교회 내 공권력 개입에 저항했다. 98년 부산인권센터를 설립해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활동을 본격화했다.

글·사진=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