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국민 삶” 강조한 문 대통령, ‘혁신과 성장’ 구호 외친 이재용과 김동연

입력 2018-08-06 18:21 수정 2018-08-06 21:10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며 실사구시적인 실천을 강조했다. 이병주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직원식당에서 식판에 음식을 받아들고 빈자리로 걸어가고 있다.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의 간담회는 문재인정부 들어 처음으로 이뤄졌다. 기획재정부 제공
文 대통령 “7∼8월 전기료 한시적 누진제 완화” 지시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 활력은 국민 삶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도서관과 체육시설 등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또 폭염에 따른 가정 전기요금 우려를 감안해 7∼8월분 요금 할인을 위한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지시했다.

지난주 휴가를 보내고 4일부터 업무에 복귀한 문 대통령은 6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회의에서 “경제는 국민들의 삶”이라며 “특히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과 소비 능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다. 실사구시적인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신산업·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혁신을 지시하고 국회에는 혁신성장 관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이 규제의 벽을 뛰어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혁신 친화적 경제 환경 조성을 속도 있게 추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생활 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밀착형 생활 SOC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주기 바란다”며 “과거 방식의 토목 SOC와 달리, 토목에 대한 투자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투자”라고 말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대규모 토목공사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더라도 낙수효과가 있다는 보장이 없다”며 “생활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직접적인 복지 증진과 더불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관련 부처에서 내용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문재인케어와 치매 국가책임제, 온종일 돌봄서비스, 아동수당 및 기초연금 인상 등 5대 복지정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 개혁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각별히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며 “우리는 적어도 국민들께 우리 경제가 살아난다는 희망을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폭염 대책으로 7∼8월 가정용 전기요금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저소득층·사회복지시설의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 전기료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요금부터 적용할 것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폭염도 해마다 있을 수 있는 상시적인 자연 재난으로 생각하고 근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냉방기기 사용을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기본적인 복지로 보고 전기요금 걱정 때문에 냉방기기를 제대로 사용 못하는 일이 없도록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전기료 누진제 폐지를 위한 세계 각국 제도 비교와 국민 여론 수렴도 지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백운규 장관은 7일 한시적 누진제 완화와 저소득층 요금 할인 확대 등을 담은 폭염 전기료 지원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김동연 “오는 길에 비가 억수로 왔다”… 이재용 “폭염에 좋은 징조”

“서울에서 내려오는데 비가 억수로 왔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폭염이 이어지는 중에) 좋은 징조 같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제컨트롤타워인 김 부총리가 6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찾아 이 부회장을 만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 방문’이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에는 3개의 ‘처음 기록’이 겹쳤다. 문재인정부 들어 경제팀 수장과 삼성그룹 총수의 첫 번째 만남이다. 동시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평택캠퍼스에 경제부총리가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이 부회장이 국내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다.

이날 현장 간담회는 화기애애했다. ‘대기업 팔 비틀기’ ‘정부의 일자리 구걸’이라는 비판을 뚫고 만난 두 사람과 간담회 참석자들은 ‘혁신’과 ‘성장’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 영역에서 삼성의 선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김 부총리는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서 삼성의 역할은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플랫폼 구축에 집중할 테니 삼성은 이를 통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달라는 주문이다. 김 부총리는 스마트공장 체제를 구축한 평택캠퍼스의 반도체 공정라인을 혁신성장의 한 사례로 치켜세웠다.

또 김 부총리는 삼성이 상생협력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성 제고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삼성의 혁신성장은 국내외 투자자와 국민의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취지다. 삼성은 현재 2차 협력사까지인 스마트공장 지원 범위를 3차 협력사까지 넓히겠다며 상생협력 방안을 내놨다.

이날 이 부회장은 구체적 투자·고용계획을 밝히지 않았다. 김 부총리 방문에 맞춰 ‘선물 보따리’를 안긴다는 오해를 사지 않으려는 의도다. 다만 미래가치 창출과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제시해 추후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부총리는 “일자리가 20만개 이상 나오면 광화문광장에서 춤이라도 추겠다. 삼성이 결정해 발표할 것으로 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은 현장 애로사항도 전달했다. 2020년 완공 예정인 평택캠퍼스 반도체2공장의 전력수급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했다.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약품 원료물질의 수입·통관 개선, 세제 완화, 약가정책 개선 등의 규제 완화도 건의했다. 김 부총리는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풀 수 있는 건 바로 풀고, 시간이 걸리는 것은 더 검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는 “정부 내 이견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건설적 토의가 있다면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책 2권을 선물했다. 창업주인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이 자서전에서 언급했던 ‘톨스토이 단편집’과 김 부총리가 직접 쓴 ‘있는 자리 흩트리기’다.

평택=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