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먹방 규제·교복 공론화… 정책 과잉의 함정에 빠졌다

입력 2018-07-31 04:03
문재인정부 정책 기조를 국가주의로 규정한 야당 인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 자율이 정부를 대신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민생과 관련된 문제에선 더욱 그렇다. 큰 정부가 좋은가, 작은 정부가 좋은가의 해묵은 논쟁은 고리타분해졌다. 필요하면 정부가 나서야 하고 개입을 통해 자율적 질서가 정착되도록 유도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은 분명하다. 과도한 개입이 유발하는 정책 피로감은 꼭 필요한 정책의 효과까지 반감시킬 수 있다. 개입과 자율은 이것이 옳고 저것은 그른 이분법이 아니라 개입이 필요한가, 자율로 가능한가를 사안별로 따져봐야 하는 문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정책 가운데 ‘과잉’이란 생각이 드는 두 사례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비만관리종합대책을 공개하며 ‘먹방’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음식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자극해 비만을 유발할 수 있으니 규제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코르셋’이란 지적이 나온 중·고교 교복을 편안한 디자인으로 바꾸기 위해 공론화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원전과 대학입시에 활용했던 숙의민주주의 방식을 교복에도 적용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려 한다. 정부에 묻고 싶다. 정책을 내놓기 전에 과연 정부 개입이 필요한 문제인지, 자율에 맡겨선 해결될 수 없는 일인지 고민해봤는가. 그런 검토가 없었다면 개입의 습관화가 우려되고, 검토하고도 이렇게 결정했다면 판단의 경직성을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다.

먹방은 문화다. 불과 몇 년 새 급속히 증가했으니 차라리 유행에 가깝다. 1970년대 많은 젊은이가 선호했지만 지금은 촌스러워진 장발 패션과 크게 다르지 않다. 먹방 현상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한다는 발상은 과거 장발족 단속을 연상케 한다. 교복은 입히느냐 마느냐부터 학교 자율에 맡겨져 있다. 급식처럼 무상화하는 문제라면 모를까, 교복 디자인 선택이 거창한 공론화 절차를 밟아야 할 일인지 의심스럽다. 먹방 규제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고 교복 공론화는 전시행정이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높을수록 정책 과잉의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